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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꽤나 인생을 닮았다. 에둘러 빨리 가려 애쓰지 말고 차근차근 순서를 지키는 건 그림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꽤 쓸모있는 거라는 걸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그림이 어쩜 이렇게 인생과 같을까?
그림을 그리다가 '뭉클'했다. -15
그리다가, 뭉클! 따뜻한 노란색 표지만큼이나 마음에 와닿는 제목에 끌렸다. 게다가 보타니컬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나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제목이었다.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책을 받아들고서 얼른 책장을 넘겨본다.
흑백그림일거라거 생각한 건 단순한 나의 착각이었나보다. 연필, 만년필, INK 그리고 수채물감 등으로 담아낸 풍경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나무, 도시, 산......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이기도 하고, 어쩜 이리도 잘 그릴 수 있는지 신기하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일상에서 직접 경험한 것을 그리는 건 그림에 대한 고집중 하나로, 미리 찍어둔 사진들 중에서 사진을 고르고 그림을 그린 후에 그날의 감정이나 얽힌 이야기를 함께 기록한다고 한다.
글을 써 두는 것은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같다는 작가의 말이 와닿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가진 그림, 글이 되는 것이리라.
지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다 서다 밀리는 퇴근 길에 마주한 빌딩숲과 노을을 즐길 수 있는 그 순간이 고마웠다는 작가, 동화속 한 장면같이 하얀 눈에 덮인 크리스마스 마을, 생명의 나무, 수락산, 서울역, 사람들, 은하수.....
켜켜이 쌓여 울퉁불퉁한 내 삶의 흔적도 이 그림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보면 엉키고 섞여서 무질서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내 삶도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다. 거칠고 까칠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마저도 흉이 될 수 없다는 걸 이 그림으로 위로받는다. 부드러운 수채화처럼 살지는 못했지만 유화처럼 사는 인생도 아름다운 거니까. -마티에르 중에서
'가자미눈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관찰하고 그리는 작가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성수동 피플, 생동감 넘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작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심오하게 다가왔다.
'그럴 수도 있지.', 나역시 예전보다 좀더 긍정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해보려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주 쓰고 있는 말, 나에게도 주문이 되었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과 짧지만 깊이 있는 글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떡끄덕 공감도 하게 된다. 때론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읽었던 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