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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전집 : 방랑 시인, 17자를 물들이다
마쓰오 바쇼 지음, 경찬수 옮김 / 어문학사 / 2024년 8월
평점 :
그냥 살거라/ 살다 보면 고향이지/ 오늘 보름달
바쇼 하이쿠 전집 : 방랑 시인, 17자를 물들이다!
방랑시인 17자를 물들이다라는 문구를 보니 관심이 갔다. 누군가 나에게 시나 에세이를 써보라고 한다면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일테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17자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예능에서 삼행시나 오행시 짓기하는 걸 보아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다투어 급하게 즉석에서 떠오르는대로 지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늘의 이야기, 내가 보고 느낀 것,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보면 좋지않을까 싶었다.
나그네라고/ 내 이름 불러주오/ 가을 소나기
책장을 펼치고 마주한 첫 하이쿠이다. 단풍이 든 거리를 적시고 있는 가을 풍경이 그려지지 않는가,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묵직하고 두툼한 책이 왔다.
에도 초기의 시인으로, 17자로 짓는 하이쿠가 지금의 문학 장르로 자리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친 바쇼가 지은하이쿠 976수의 원문과 번역문, 해설을 담고 있다.
부록에서 하이쿠란 무엇인지 그리고 바쇼의 인생에 대해서 들을 수 있어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드넓은 호수/ 더위에 미련 남은/ 구름 봉우리
17자, 짧은 문구 속에 함축된 의미들, 시대, 문화, 사회적 배경이 담겨 있다.
하이쿠를 읽어보면 그 안에 담긴 계절, 풍경, 이야기들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발음이 같은 말,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되는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해학을 담기도 하고, 고전의 한 구절을 따오기도 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나무와 자연의 모습에 비유하여 짓기도 했다.
해설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나 표현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안개와 구름/ 순식간에 백경을/ 그리어내네
몇 일전에 다녀온 연실봉 정상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길었던 무더위를 밀어낸 폭우가 쏟아진 후여서였는지 산아래는 하얀 구름인지 안개로 온통 하얗게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넓은 들녘이 더 멋있어 보였다. 멈칫거리던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