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풍경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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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평소에는 그에게 친근한 미소를 지었으나. 이제는 자연 전체가 위협적인 괴물이 되었다. 자연의 목소리는 평소에는 저녁 바람의 속삭임, 찰랑거리는 시냇물 소리, 덤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달콤하게 인사를 건넸으나, 이제는 그에게 물락과 파멸을 알렸다. -184


푹푹 찌는 8월의 무더위로 인해 감히 산책이나 등산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문을 꼭 닫아걸고 에어컨을 켠 채 지내다보니 창 밖 풍경을 내다보게 된다.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

온 사위가 어둠에 쌓인 저녁, 거리의 불빛이 아름다운 밤풍경을 만들어낸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들어 고요해지는가 싶지만, 밝은 가로등 불빛 때문인지 매미는 여전히 맹렬한 울음을 토해내고 오토바이 소리도 요란하다.

밤에도 식지않는 열기와 소음으로 다시 창문을 닫아야 했다. 


사방이 캄캄해진 밤은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제 막 도착한 낯선 곳이라면 더더욱 주변이 어둠에 쌓여 잘 보이지 않기에 막막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밤이면 TV에서는 종종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방영해 주었다. 무서워서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얼굴을 가린 양 손 사이로 결국은 보게 되는.... 

그러고보면 호기심은 두려움이나 무서움보다 더 크고 강력한 힘을 가졌나보다. 환상소설, 밤풍경처럼! 



'밤풍경'은 E. T. A. 호프만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모래 사나이'를 비롯해 '적막한 집', '돌 심장' 등 1, 2권을 묶은 합본으로 출간되었다. 

까만 밤을 닮은 검은 책 표지를 펼쳐서 '모래 사나이를 읽을 때 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오롯이 나에게도 전해져오던 막연한 두려움과 초조함을 느꼈다. 

9시만 되면 자러 가야하는 아이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직접 현장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결코 잊지못할 트라우마로 남아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인간의 어두운 심리, 불안, 초조, 망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이그나츠 데너',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점점 까닭모를 불안, 불신이 깊어진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서웠고, 반전으로 이어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낯선 사람, 이유없는 호의에 대한 경계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당연한 것, 익숙함으로 바뀌어간다. 

우리도 그렇지않은가. 무엇이든 처음엔 두렵고 힘들지만 어느순간부터 익숙해져서 편해지듯이..... 

드디어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그럴줄 알았다는 듯 약점을 빌미로 본색을 드러내는 데너, 그리고 설마설마했던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은 분명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스터리,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 풀리지 않는 비밀이기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상투스, 적막한 집 등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밤풍경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에는 차가움, 섬뜩함, 공포, 복수, 파괴, 광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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