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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 치열하게 걷고 간절하게 쓰는 사람의 이야기
박종민 지음 / SISO / 2024년 7월
평점 :
'오늘은 어느 길을 걸을까?'라는 질문을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로 바꾸어 보면 약간 비장해진다. 좋은 길만 골라서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꽃길이든 험한 길이든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을 뿐이다. 어찌 되었든 걷는다는 건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고 축복이다. 20-21
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종종 생각했던 바와 통하는 제목을 보는 순간 놀랐고 당연히 신청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짝꿍덕분에 걷기는 일상이 되었다. 운동삼아 걷는 산책길이나 멋진 풍광을 볼 생각에 힘이 들어도 또다시 오르게 되는 등산길이다.
걷다보면 꽃과 나무, 하늘, 바람, 강, 구름, 바다....를 보면서 마음에 쌓였던 고민, 어지러운 생각들이 저 멀리로 흩어진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조차도 불어오는 바람따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속으로 사라져버리지만!
넓고 푸른 자연, 한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시간이다.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하다, 여유, 편안함으로 미소가 피어나고 내 마음도 닮아가는 듯하다.
인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지는 않지만 가끔은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든 걸 예상할 수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217
'코로나 시기, 잘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꾸준한 걷기'다.'는 글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아찔한 시간이었다.
우리의 일상을 흔들었던 코로나! 그때 우리가 찾은 돌파구 역시 걷기였다.
집 주변의 산, 산책로, 바닷길을 걸었다. 종종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지만 어느새 거리두기에 익숙해져가는 우리였다.
걷는 동안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열린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는 작가, 머릿속 생각 저장소가 바닥을 드러내면 머리도 식힐 겸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바닥에 생각이 고이기 시작한다는 작가, 다시 돌아온 봄의 느린 걸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선 작가, 섬진강, 태백산, 북한산, 춘천, 제주.... 그의 걸음을 따라 전국 곳곳을 걸었다.
작가의 말에 공감하면서 내가 걸었던 곳의 풍경을 떠올리기도 하고, 던져진 화두를 보며 생각에도 잠기게 된다. 물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이 생겼다.
이 세상에서 / 가장 환한 그늘 아래 / 숨고 싶어라 - 어머니
'나는 느낌과 문장으로기억한다', 작가가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이란다.
그렇다면 나는? 역시 사진이다. 글쓰는 데 서툴기만 한 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이야기, 감동을 사진으로 남겼다. 풍경, 표정, 날씨, 길..... 다시 보면 그 순간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길과 글은 동의어라 생각하고 길을 걷거나 글을 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작가의 이야기들을 듣다가 어느새 디카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디카시란 용어가 낯설었지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풍경을 찍고 거기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생각만해도 정말 멋지지 않은가.
쉽지는 않겠지만 한 줄 두 줄 쓰다보면 나만의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갈 수 있을 것 같다.
'걷는 사람은 언제든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용기를 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