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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빛이 이끄는 곳으로, 신비롭고 마음을 끄는 제목이었다.
요즘 TV에서 '건축 탐구 - 집'을 즐겨 보고 있다. 직접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집에 대한 로망을 대신 해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네모난 획일적인 집이 아니어서 좋았고 다양한 소재와 구조, 그들의 꿈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은 집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작은 집이라면 꿈을 꾸어도 좋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도 했었다.
그런데 파리에서 그 꿈을 실현하려는 건축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설치를 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느리고 여유로운 도시, 파리에 산 지 벌써 10여 년.
잠결에 찾던 집이 나왔다며 빨리 부동산으로 오라는 부동산 중개인의 전화를 받았다. 한 달 전, 부동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의 허름한 집을 구한다고 의뢰해놓았는데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다.
건축가이니 얼마든지 꿈꾸어볼 수는 있지만 사실 파리 시내의 집 값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향한 집은 족히 백 년은 넘은 집으로 외관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곳곳을 살펴보는 모습에서 전문가의 포스, 자부심이 느껴졌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낡은 내부, 낡고 곳곳에 균열이 갔지만 그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소원이 이뤄지려는 순간이었고 그의 삶을 바꿔놓는 순간이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부족한 상상력을 발휘해보고, 하나하나 열쇠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무엇하나 예사로 보아넘기지 않고 느끼는 그의 모습은 마치 단서를 보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같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일까하며 몇 페이지만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집주인인 피터 왈쳐씨를 만나러 가는 그의 길에 동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축가인 뤼미에르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이었고 호기심을 끌었던만큼 나의 궁금증도 점점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100년도 더 된 낡고 오래된 집, 폐허와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요양병원,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사람들,풀리지 않는 의문은 쌓여만 가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갑자기 그의 인생에 찾아온 집에는 오랜 세월동안 품어온 한 가족의 사랑과 비밀이 숨어있었다.
곳곳에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듬뿍 담은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있는 집이 오랫동안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 시간이 가는 것마저도 잊고 빠져들어서 읽었다. 모든 것이 이해되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았고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손길이 닿고 또 많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가족들의 웃음, 추억, 사랑, 행복, 기억이 스며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