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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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있다." 헤르만 헤세가 짧게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에 관해 쓴 유명한 시의 마지막 행이다. 이 시는 온몸 곳곳이 짧게 잘려 나갔음에도

계속 새로운 잎을 틔우는 나무의 예를 들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이면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자연처럼 용기를 잃지말라고 격려한다. - 들어가는 글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헤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감수성 예민했던 학창시절, 헤세의 책을 읽고 문학소녀를 꿈꾸었고 그후로도 오랜 세월 책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주었다.

경이롭고 새로운 세계,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살아오며 경험하고 깨우친

지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생각이 꽃처럼 피어난다.

하루에도 수백 송이씩.

피어나게 둬라! 알아서 하게 둬라!

얼마를 수확할지는 묻지 말고! -만발 중에서


1923년에 쓴 요양객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삶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별다르지 않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날은 아니었다.

인생은 기적이라고, 새로운 놀이였고, 아름답고, 위험하고, 유치하고, 피곤했으며, 그 어떤 것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며, 계속 반복되고 있는 중이라고 헤세는 말한다.

사랑, 행복과 성공, 기쁨을 꿈꾸며 고통, 좌절,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오랜 세월을

건너온 헤세가 말하고 있다.


그건 삶 그 자체다. 놀이로 가득 차고, 고통으로 가득 차고, 웃음으로 가득 찬. -요양객 중에서


8월의 무더위 속 매미는 지치지도 않고 기세좋은 울음을 토해내고 웬만하면 켜지않았던 에어컨도

내내 가동 중이다.

문학, 음악, 회화, 종교, 정치, 교육, 행복, 유머, 자연, 사랑, 청춘, 노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시로 편지로 소설로 에세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난 헤세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하게 되고 우리의 삶, 고마움, 인생,

질문들이 담긴 글들을 새겨 듣는다.


자신의 길을 찾으십시오. 한때 당신이 좋아했던 인간과 이상들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1930년경의

한 편지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창작의 기쁨이라는 헤세의 말에, 순간 나는?

이란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함께 고민해볼 일이다.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를 보면서 깨닫고, 흥청망청써버린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해와 꽃을

비롯한 이 세상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한 도시의 흥망성쇠, 변화해가는 과정, 역사, 자연을

그려보게 했다. 우리의 인생같은.....

그렇게 그가 들려주는 단어, 한 구절에서, 한 편의 시에서 울림과 생각들이 한없이 뻗어나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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