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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평점 :
하지만 인서는 황소처럼 콧김만 토해냈다. 절대 울지 않을 것이야! 난 절대 울지 않아! 민들레 풀씨처럼 어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11
민들레, 앵초, 금잔화,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이영희 작가님이
들려주는 화녕가!
여전히 꽃으로 장식된 아름답고 독특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진다. 또한 이야기 곳곳
에서 들려오는 화녕의 노래와 노랫말이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6/pimg_7830351464397594.jpg)
밤하늘에 어둠을 살라먹은 눈썹달이 걸렸다. 밤은 비밀을 꽁꽁 안고 있었다. -32
이제는 전통 창가와 마당놀이가 아닌 신 유행가와 신파극이 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설움, 그 시대의
정서를 담은 화녕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어릴적 뜻모르고 따라부르기도 했던 노랫말,
가사를 시를 읽듯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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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예와 현성의 물음표 끝에 인서는 답을 달아주지 않았다. 그저 찰랑찰랑 윤슬이 가득한 제 안의 우물 물만 들여다 보았다. 75-76
유난히도 자신에게만 서늘하게 대하는 서씨 부인의 모진 냉대를 견디고 있는 인서, 그와 반대로 언제나 서씨부인이 치맛폭에 감싸고 도는 인예, 윤덕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되고 싶은 화녕,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온 킨타로.
사랑을 얻지 못한 자의 울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깊숙이 감추어야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가슴 속에는 말못할 사연과 아픔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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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백년설 - 나그네설움)
화녕은 생각했다. 나의 발걸음도 정처가 없다. 난 지금 어떤 길 위를 걷고 있는 걸까? -54
화녕, 당연히 꽃화花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화火였다니.... 불꽃, 화녕의 이름을 지으며 깊은 뜻을 새겼을 아버지
재후가 그녀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인서는 광명회라는 노래극 단원을 모집했고, 9월 창단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비로소 제 또래로
보였고, 미래의 푸른 꿈과 사랑을 찾는 청춘들 같아서 어여뻤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6/pimg_7830351464397602.jpg)
진주좌의 단 위에 선 내 노래를 들으러 수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도 봄날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봄날을 함께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117
그들의 모질고 아픈 인연,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얼음장같은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야했던 그들의 삶,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또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활짝 웃으면서 꿈결같이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화녕의 노래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