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인서는 황소처럼 콧김만 토해냈다. 절대 울지 않을 것이야! 난 절대 울지 않아! 민들레 풀씨처럼 어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11


민들레, 앵초, 금잔화,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이영희 작가님이

들려주는 화녕가!

여전히 꽃으로 장식된 아름답고 독특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진다. 또한 이야기 곳곳

에서 들려오는 화녕의 노래와 노랫말이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밤하늘에 어둠을 살라먹은 눈썹달이 걸렸다. 밤은 비밀을 꽁꽁 안고 있었다. -32


이제는 전통 창가와 마당놀이가 아닌 신 유행가와 신파극이 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설움, 그 시대의

정서를 담은 화녕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어릴적 뜻모르고 따라부르기도 했던 노랫말,

가사를 시를 읽듯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인예와 현성의 물음표 끝에 인서는 답을 달아주지 않았다. 그저 찰랑찰랑 윤슬이 가득한 제 안의 우물 물만 들여다 보았다. 75-76


유난히도 자신에게만 서늘하게 대하는 서씨 부인의 모진 냉대를 견디고 있는 인서, 그와 반대로 언제나 서씨부인이 치맛폭에 감싸고 도는 인예, 윤덕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되고 싶은 화녕,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온 킨타로.

사랑을 얻지 못한 자의 울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깊숙이 감추어야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가슴 속에는 말못할 사연과 아픔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백년설 - 나그네설움)

화녕은 생각했다. 나의 발걸음도 정처가 없다. 난 지금 어떤 길 위를 걷고 있는 걸까? -54


화녕, 당연히 꽃화花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화火였다니.... 불꽃, 화녕의 이름을 지으며 깊은 뜻을 새겼을 아버지

재후가 그녀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인서는 광명회라는 노래극 단원을 모집했고, 9월 창단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비로소 제 또래로

보였고, 미래의 푸른 꿈과 사랑을 찾는 청춘들 같아서 어여뻤다.


진주좌의 단 위에 선 내 노래를 들으러 수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도 봄날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봄날을 함께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117


그들의 모질고 아픈 인연,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얼음장같은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야했던 그들의 삶,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또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활짝 웃으면서 꿈결같이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화녕의 노래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