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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주 - 일 년의 반은 제주살이
엄봉애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5월
평점 :
그저 고요와 어디에든 있는 바람과 비 내리는 어느 날 검게 젖어 가는 돌담 사이에 오래오래 서 있을 수 있으면 좋았고, 뜨거운 햇볕에 지치면 숲 그늘을 찾아 앉아 바람에 땀을 들이는 그런 시간이면 족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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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주! 액자속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책표지가 인상적인 책, 그 곁에 나란히 앉아서 넓고 푸른 제주의 바다를 보고 싶어진다.
몇 년 전에 보름 간 제주에서 지낸 적이 있는 터라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았고, 언제가 될지모를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에 마치 마음 맞는 친구와 만나서 수다떠는 기분으로 읽었다.
작가님의 거침없고 맛깔나는 글솜씨에 큭큭 참던 웃음보가 몇 번이나 터졌는지 모른다. 왜그러냐고 의아해하는 짝꿍에게 제대로 대답도 못할만큼 한 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도 엄마 이야기에는 나도모르게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왜 모두 내 이야기인것 같은지..... 글이란 정말 이상하고 매력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좋은 날,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고 오름을 걷고 산을 오르고 꽃과 나무, 바다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 추억들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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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살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리는 편리함을 선택했다. 산을 좋아하는 짝꿍 덕에 거의 매일 찾아다녔던 오름, 성산 일출봉, 송악산, 사려니 숲, 만장굴, 산굼부리, 섭지코지..... 누가봐도 여행객이었다. 멋진 풍광, 초록 숲, 바다, 바람을 가슴 가득 품고 돌아오면서도 벌써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제주의 넓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을 얻어서 살아보고 싶었다. 매일 같은 날이라해도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유유자적 동네 산책을 하며 지내는 일상, 단풍든 제주를 거닐고 싶다고.
그래서 다시 만난 제주가 반가웠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서 들썩거렸다.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여서 삭막하고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에게 찾아온 여유, 편안함이 좋았다. 인증샷을 남기고 서둘러 돌아서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소소한 추억, 기억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함께 제주를 걷고 오르면서 나누었던 유쾌한 일상 이야기, 인생 이야기, 추억, 속 깊은 이야기 그리고 제주의 풍경이 함께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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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오늘도 눈앞까지 쫓아와 하얗게 부서지며, '잘 왔다, 잘왔다', '마음 무거운 하루가 힘들었다면 모두 내게 실어 보내면 된다'며 나를 어루만졌따. 괜찮다고 다독였다. 180-18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