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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평점 :
케이크 손, 특이한 제목으로 어떤 내용일런지 좀처럼 짐작이 가지 않는 책이었지만, 표지
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만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라는 작가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책을
펼친다. 내 생각과 달리 이미 다수의 작품을 선보인 작가였으며,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두 아이, 그 순간부터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나보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심상치 않은 그날의 장면과 행동의 기억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따라 다녔고,
많은 의미와 스포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케이크 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아무런 짐작을 하지 못했는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안혜리와 나는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다.
여전히 엄마와 원룸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일곱살이었던 그때와 별 다를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단지, 안혜리가 나의 삶에 들어왔고, 그날의 기억을 안고 지금껏 사이좋게 지내오고 있다.
그런 나의 삶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보기와는 달리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다거나 도서관에 가는 모습이 내게는 다소 이질적
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국어 선생님은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그의 바램대로 언제라도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엄마, 안혜리, 친구들 간의 역할, 쓸모에 대한 비유의 글을 읽을 때는 살짝 전율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날, 아이스 박스를 들고 학교 앞에 나타난 남자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다소 불안해
보이는 그가 들고 온 것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케이크였다.
그렇게 나의 삶에 또다른 역할, 쓸모 그리고 선택의 기회가 찾아왔다.
일상과 생각의 조각들을 따라가다보면 지금의 상황을 조금은 이해받을 수 있을까? 누구의
사랑도 보살핌도 받지 못했던 나에게 안혜리가 없었다면 지금 내 삶은 어땠을까?
순간순간 그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랐고 더불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중3, 그때 나는 어느 쪽이었는지.
분명 자신의 선택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또한 그 결과 일 것이다.
작지만 탄탄하고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지고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