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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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는 병도 비슷하다. 피레네의 종소리처럼 내 인생에 눈금을 긋는다. 

병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자르고,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색하게 만들며 사는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155




설명절을 앞두고 5인이상 집합금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많은 제약과 변화 속에서 우리는 변화를 모색하고 

적응해 가고 있다. 

이렇듯 갑자기 닥친 상황에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으려한다. 

뜻하지않게 아주 조용한 명절을 보내고 이화열 작가의 에세이, '지지않는 하루'를 

읽었다. 




막 구워 나온 따끈한 빵을 사서 돌아가는 그녀의 일상을 보면서 같이 웃는다. 

길을 걸으며 하늘 보기를 좋아하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그녀에게 까닭모를 

친근함이 느껴진 것이다. 

전기 드릴과 톱을 다를 줄 아는 그녀는 부엌문 손잡이나 책꽂이 선반쯤이야 

혼자서도 뚝딱 고친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남편 올비와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자꾸 내 옆에 있는 남자를 떠올리게 해서 

나는 그녀와 수다를 떨고 있는 듯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갑작스런 복통이 있었고 암 진단을 받았고 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순간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

이나 내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득히 먼 훗날의 일로 여기던 죽음이 불쑥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바로 어제 아니 몇 분 전과 다른 삶, 생각, 항암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 나에게 일어난 

것 이라고 했다. 암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유감스럽

지만 내가 예외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들의 생일날, 자신이 없는 아이의 생일과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다고 했다. 

너무도 긍정적인 작가다. 항암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가는 짐을 싸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라니.... 

그녀는 그동안의 짜여진 틀에서 벗어난 생활을 마음껏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이 아닌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 친구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함께 여행을 하고 몽테뉴를 읽고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다. 

지금 이 순간의 햇살, 바람, 사랑, 행복함을 느끼고 즐기며. 

그와중에 단어의 어원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그녀 특유의 화법도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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