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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 어디에 있어도 태양은 딱 하나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같은 태양이다. 할머니는 어디로
지는 저녁놀을 볼까. 산 너머, 땅끝, 강가, 빌딩사이, 혹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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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중학생이 된 하나미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생활이 넉넉치 못한 탓에 새교복을 사는 것도 벅찰 정도다.
이런 사정을 아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이웃에서 교복을 구해주려고
애쓰거나 친구 집에 놀러가는 하나미를 위해 금잔화도 꺾어 주고,
기절한 겐토를 집에 데려다 쉬게 해주고 저녁까지 챙겨주는 하나미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은 같은 아파트 같은 통로에 살아도 서로 얼굴을 잘 모르는 세상
이기에 이들의 모습이 더 정겹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중학생이 된 하나미처럼 모녀가 사는 동네에도 몇가지 소소한 변화가
있었다. 주인집 아들인 겐토와 두 모녀의 가난만큼은 여전하지만.
새로 친구가 된 사치코는 하나미와 달리 자기 방도 있는 아주 좋은
집에 살고 있었다. 하나미는 이 모든 것이 부럽다. 그렇지만 사치코는
가족에게 자신은 필요 없는 조각이고 이 집에서는 자신이 머물 곳이
없다고, 하루 빨리 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독립하고 싶다고, 보호자가 와야 집에 갈 수
있다는데, 일하다 말고 놀라서 달려온 하나미의 엄마와 달리 지금은
못온다며 불꺼진 집에서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치코의 처지와 그 마음이 너무 외롭고 슬퍼보였다.
그리고 두 모녀의 집에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하나미의 외할머니시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겁에 질려있었고 괴로워보였고
무섭다고 했다. 아주 끔찍한 기억이 있나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할머니였지만 왠지 엄마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았다.
엄마의 엄마는 총 3편의 단편으로 12살에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한
하나미의 친구 미카키와 하나미의 초등학교 담임이셨던 기도 쌤의
사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어느날 갑자기 형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는데
연기처럼 흔적처럼 사라졌고 그 일은 물론 선생님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도쌤이 하나미의 담임이었다는게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는 2003년생으로 전작인 '다시 태어난도 엄마 딸'을 읽고
가슴뭉클했던 여운을 기억한다. 이제 중학생이 된 다나카와 여전히 백수인
겐토를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우리 머리 위에 있는 해처럼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우리집, 사랑하는 가족,
성장과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