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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불의 향기
이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 나는 왜 여기서 갈 곳 몰라 헤매고 있는가?
내 아들에게, 내 친구들에게, 그리고 조선의 백성들에게 안겨주려던
미래는 이제 영원 속에 갇히고 말았는가? 눈앞에 펼쳐졌던 새로운
조선은 그저 한 순간의 신기루일 뿐이었는가? -82
장터 네거리 광장에서 사람들에 둘러 싸여있는 두 사람, 놀랍게도 허균과
망나니였다. 반역자로 낙인이 찍히는 순간이다. 바로 그 죽음의 순간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매창과 향아와의 첫 만남.
허균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이첨을 처형하라는 외침과 그들을 향한
가차없는 몽둥이질과 발길질이 이어진다.
당대 최고 권세가인 이이첨과 손을 잡았던 허균이 왜 이리 처참한 모습
인가, 한 때 동맹을 맺었지만 이이첨의 배신으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허균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예정되어 있던 일인냥 돌한을 찾아
온 홍희.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쁜 순간에도 이들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져서
일순간 나혼자만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사실 홍희와 남매로 자란 돌한은 바로 허균의 아들이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던 장면이 저절로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서자, 기생들과 허물없이 지내 양반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가 정작 자신의 아들을 모른체 한 것인가.
왕의 밀명을 받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노라 혁명을 일으키려했던 그는
지금 왜 처형당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작으로 허난설헌의 소설을 쓴 작가로 이번에는 허균이 꿈꾸었던 세상과
그의 삶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 관해 담아낸 이야기인만큼 긴박했고 마음
졸이며 읽었다.
사실 허균하면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과 그의 누이인 허난설헌을 떠올
리게 될 뿐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 많이 출간되고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단 몇 줄로 남은 기록이나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기반으로 하여 작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그려낸 이야기일지라도 오래 전 그들의 삶, 그들이
남긴 발자취와 그 시대의 모습에도 분명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와 의미가 있을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