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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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일상 속에서 글을 찾고, 일상 속에서 글을 썼다.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이 다 글인데, 왜 구태여 멀고 어려운 곳에서 찾는다는 말인가? 

자기 자신의 안과 밖을 둘러보라. 글은 언제나 쉽고 가까운 곳에 이미 존재

하고 있다. 모든 것은 각자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은 글이 될 자격이 있다. 단지 우리가 그 가치와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럼 깨닫고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귀를 열고 들어라. 둘째 눈을 들고 보아라. 셋째 

입을 열고 말하라. 넷째 마음을 열고 생각하라.

............. -157



시는 짧은 글 속에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감동이 

들어있다. 소설이나 영화만큼 아니 그보다 더 커다란 울림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시의 온도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책만 읽는 바보로 처음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하고 있는 이덕무, 

정약용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인물 중의 한 분이다. 

자칭 이덕무 마니아인 저자는 이덕무가 '동심의 시', '일상의 시', '개성적인 

시', '실험적인 시', '조선의 시'를 썼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와 닮은 듯한 고결하고 은은하고 우아하고 고고하면서도 친근한 

매화를 정말로 사랑했고, 가난하고 굶주린 삶, 추위를 견디다못해 소중하게 

여기던 책을 팔아 밥을 사먹었다는 이덕무와 그의 벗의 일화가 그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하지않고 자기 자신의 진솔한 감정, 마음, 뜻, 생각을 

담아 시를 지었다는 이덕무, 양반의 체통을 지키느라 세간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보다 하인들과 함께 인조 매화를 만들어 팔았다니 시대를 앞서나간 생각,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이덕무의 시와 함께 

그의 삶, 생각들을 알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조금씩 우리의 마음에 파고들더니

이젠 전 세계로 공포와 이기심, 반목으로 퍼져나가고 커져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평안했던 삶, 반복되어서 지겨웠던 소소한 일상들이 그립고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창을 통해 내다 본 하늘빛이 푸르다. 어느새 3월, 여기저기 꽃, 새순들이 피어

날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 우리 주변에서, 자연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모두 이덕무의 글이 된다. 자신의 마음에 쌓인 생각, 기쁨, 슬픔, 울분...

이덕무는 비록 가난하고 서자라는 신분 차별을 겪었지만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홍대용 등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백탑파가 있었다. 함께 글을 읽고 토론

하고 글을 지었다. 매일 똑같아보이는 일상이지만 분명히 또 다른 시간을 살고 

있기에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해 낸 그의 글들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으로 담아낸 이덕무의 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시를 읽다보면 시에 취해 우리가 시인이 된 듯 잠시나마 시를 

즐기고 음미하게 될 것이다.


한가위 구름길 깨끗하니

둥글둥글 휘영청 밝은 바퀴달

지극한 흥취 붓대에 실을 뿐

탐내고 바라본들 돈 한푼 들지 않네

발 뚫은 빛 문득 부수어지고

창에 들어온 그림자 어여쁘고 곱네.

보고 또 보고 즐기고 다시 즐기니

한 해 지나야만 이 밤이네  - 한가위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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