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파란색 바탕에 초록 식물과 버섯 그리고 밤하늘에 별들처럼 씨앗이라고 해야할지
포자라고 해야할지 모를 아름다운 표지가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초록 식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잘 키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 키우는 것이 별개임을 인정하게 된 후로는 군자란,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작은
선인장과 다육이 몇 종류만 키우고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와 연관없어 보이는 제목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작은 양식당, '엔푸쿠테이'의 종업원인 후지마루와 T대
마쓰다 연구실의 모토무라의 이야기이다.
서로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두 사람의 인상적인 첫 만남을 지켜보면서 단박에 이들이 주인공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후지마루가 첫 눈에 반했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후지마루가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선택한 '엔푸크테이'는 자그마하고 오래된 양식당
인데 사실은 양식뿐만 아니라 온갖 메뉴를 다 갖춘 '동네 식당'으로 정갈하고 정성들여
만든 음식 맛에 반한 것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 그 곳의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카레나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그들과 어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롭게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 첫 주문이 바로 마쓰다 연구실이었다. 운명적인 날이다.
모토무라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후지무라는 그녀의 배려로 식물학 연구에 대해
하나씩 배우고 알아간다.
이렇게해서 문외한인 후지마루와 우리는 그동안 잘 몰랐던 식물의 세계, 식물학을 연구하는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모토무라는 잎사귀 표면에 나있는 기공이 예쁘다고 티셔츠에 인쇄해서 입고 다니지만
후지마루에게는 입술을 크게 확대한 것 같이 보였다. 바로 이게 두 사람의 차이다.
요리와 애기장대,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남녀의 이야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신나고 재미
있는 일로 힘든것도 잊게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저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
우리와 같은 눈높이를 가진 후지마루에게 알아듣기 쉽게 척척 설명을 해주고, 하루 종일
애기장대의 잎사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세포의 개수를 세고, 이쑤시개로 씨를
뿌리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식물학을 전공하는 그녀도 식물을 잘 키우지는 못했다. 많은 정성을 들였음에도 끝내
잎이 말라 그냥 막대기로 변해버렸던 포인세티아가 다시 작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키우는 포인세티아가 후지마루와의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기대감을 품게하는 대목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아름다운 식물의 세계에 빠진 여자,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보낸 따뜻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