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소철나무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푸르스름한 새벽녘의 기운이 감도는 하얀 눈에 덮인 나뭇잎 표지를 

보자마자 묘한 매력이 느껴졌던 책, 눈의 소철나무다.

주인공인 마사유키는 정원사로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한땀한땀 정성을 기울여 격자형 대나무 울타리를 엮거나 넉줄 

고사리를 만드는 요즘 보기 드문 장인 정신을 가졌음을 알 수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시원한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 느껴질 것이다.

정원 관리를 맡긴 호소키 영감은 그를 삼대 청년이라고 불렀다. 정원사는 

마사유키의 가업으로 그가 삼대째인 것이다.

그리고 호소키가 부채집 정원 손질하는 일을 소개해 주는 것만 봐도 

마사유키가 대단히 신뢰받는 청년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주다니...

또한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들의 이야기에 막 끼어든 

우리에게 참을수 없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도대체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길래, 앞으로 닷새 후, 마사유키에게 아주 

중요한 날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모든게 수상쩍게만 여겨졌다. 




그들을 따라 들어간 정원과 집을 둘러보는 마사유키의 시선과 마음에 커다란 

동요가 일고 있었다.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소철

나무에서 새 집주인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기라도 한 듯 뽑아버리고 싶어했지만 

마사유키는 사력을 다해 그를 설득했고 지켜냈다. 

이렇게 부채집 새 주인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마사유키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 백발, 13년 전 눈 내리던 날 

있어던 일. 소철나무, 바이올린! 

그리고 마사유키에게 누구보다 소중하고 제일 중요한 료헤이.

료헤이를 끊이없이 도발하고 괴롭히는 호소키 영감의 손자 하야토.

점점 궁금한 마음이 커져가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까.

사사건건 부딪치고 애를 태우게 되는 일들의 연속, 드디어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 

오해와 진실, 그들의 심경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함께 눈시울을 붉히게 되고 어느새 

우리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설 연휴를 바쁘게 보내고 맞은 평화로운 시간,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오롯이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마사유키와 료헤이를 힘껏 응원하고 있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표지를 본다. 하얀 눈에 덮여 꽁꽁 얼어있던 소철나무도 곧 

봄을 맞아 새로운 잎을 피워낼 것이다.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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