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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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누렇게 변색된 낡은 무명옷을 입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순간에 

계급이 결정되어 낙인찍혀 버렸다. 교구의 아이, 즉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세상 모든 사람

들에게 경멸받지만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생으로 말이다. -22




오래 전에 읽었던 책으로 올리버의 가혹하고 비참한 운명에 마음 아파했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다시 읽는 완역본, 61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책의 부피가 마치 올리버의 

험난한 여정길 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졌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찰스 디킨스의 나이 25세에 월간지에 연재한 그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올리버가 살아가야했던 그 당시의 사회와 사람들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잘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리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책의 두께는 까맣게 잊고 올리버와 함께 

그 시대, 그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듯 느껴질 것이다.

올리버는 구빈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자칫 그 생명을 잃을 뻔 했다. 어느누구의 

관심은 커녕 사랑도 받지못한 가여운 운명이라니....

하지만 우리는 곧 올리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든 

삶을 근근히 살아가는 시대임을 눈치채게 된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데려다 

보살피는 소위 '고아 농장'이나 '구빈원'에서는 악착같이 자신들의 몫을 먼저 

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어찌어찌 아홉살이 된 올리버. 구빈원에는 더 큰 아이들이 모여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끼니는 늘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죽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떠밀려 죽을 더 달라고 말하는 

순간 교구원은 발칵 뒤집혔고 올리버에게 앞으로 분명히 교수형을 당할거라는 

예언 아니 악담과 함께 독방에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5파운드에 도제로 데려

가라는 공고문을 붙여놓는다. 많이 먹이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고아 소년을 데려가라는 것이다. 

결국 올리버는 장의사인 소어베리씨의 도제로 따라가게 되었지만 여전히 학대받고 

있었고 그렇게 온갖 수모와 굴욕을 견뎌야했던 올리버는 드디어 처음으로 거칠게 

반항을 했고 이를 계기로 멀리 도망치기로 한다. 어차피 환영받지 못한 채 굶고 

얻어맞으며 살아야 한다면 어디든 상관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올리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을 향해 멀고 험난한 길을 나서게 되었고 가는 길에 만난 친구 

딕에게서 생전 처음으로 축복의 말을 들었고 이것은 그의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올리버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꽤나 질기고도 독한 악연이었는데 

올리버가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거머리처럼 떨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런던 가는 길에 만난 수상한 소년을 따라 가게 된다. 올리버조차도 난생 처음

보는 더럽고 끔찍한 곳, 어둠과 악취로 가득찬 그곳은 런던의 뒷골목이었고,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페이긴 영감과의 첫 만남으로, 자신이 꿈꾸던 런던 생활이 

그가 처한 상황과 같아 보이는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무리들과 일하러 나간 첫 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렇듯 올리버는 끊임없이 운명적인 상황, 사람들, 사건들을 만나고 겪으면서 

배웠고 자신이 찾고 누려야할 진실에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 또 한 명 있었으니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페이킨 무리 중 한 명인 낸시. 앞으로 

올리버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낸시는 자신의 운명도 바꿀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끝까지 자신이 함께 지냈던 이들을 선택했기에 그녀가 감당

해야 할 참혹한 운명이 너무 안타깝고 가여워서 눈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작가인 찰스 디킨스는 등장 인물들은 물론 그들의 심리,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상황들을 우리가 마치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듯 느껴질만큼 생생하게 잘 묘사해 

주어서 올리버와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권선징악을 믿는다. 올리버의 착한 마음, 총명함이 힘들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아! 한가득 있다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하!"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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