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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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그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오로진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걸 아무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야.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산만 움직여 

주길 바란거지."-146




5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묵직한 책이 왔다.

다섯 번째 계절을 처음 읽고 받았던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겼고 이어질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컸었다.

'오벨리스크의 문'에서도 애쑨과 나쑨의 평탄치 않은 삶과 여정,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쑨은 그들의 아들을 죽이고 딸 애쑨을 데리고 사라진 남편을 찾고 있다.

나쑨과 애쑨의 엇갈린 행보속에서 각자가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과 함께 길고 고달픈 시간 여행 중이다.

계절은 지구 위의 거의 모든 것을 사라지게했고 남은 것들 위로 재가 쌓여

가고 있기에 당연히 식량도 부족해졌고 고향을 잃고 떠도는 이들을 받아

주려는 향도 거의 없다. 특히 나쑨과 애쑨같이 땅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에너지를 조종하는 조산력을 가진 오로잔이라면 말이다.

나쑨은 아버지와 함께 고향을 떠났다. 모든 것이 파괴된 길 위에서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었다. 엄마에 대한 고약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쑨에게 

유일한 보호자이고 가족인 아버지와의 여정이 그리 녹녹고 있치만은 않았다. 

아버지가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칫 자신도 

동생처럼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매순간 조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어디로 가려하는지 알게 되었다. 




애쑨은 딸 나쑨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지 못한 채 지금은 지하에 있는 카스트

리마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곳과 다를 뿐만아니라 다른 생각, 다른 방식으로 살아

가고 있는 곳으로 어쩌면 계절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자신을 따르던 호아는 스톤이터였고 그곳에서 이 끝나지

않을 계절을 초래한 알라배스터, 돌로 변해가고 있는 그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벨리스크와 달, 유메네스에서 전해져 오는 전설.

마치 먼 미래의 지구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상상하며 읽게 만들었다.

우리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시키는 엄청난 이야기,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있었다. 신분을 나타내는 쓰임새명, 종족간의 

반목, 오로지 이 세상에 자신들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종족같은...

이것은 나쑨과 애쑨의 두 모녀의 이야기다.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 앞으로 점점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항상 이점을 명심해라, 시엔. 어떤 것들

에는 끔찍한 댓가가 따른단다. 물론 가끔은 그럴 가치가 충분하지만 말야다."-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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