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 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매일 오는 그 1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거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빅 엔젤은 지금 자러 갈 수 

없어서 속상하고 화났기 때문에 하마터면 그 1분을 놓칠 뻔했다. 짐보는 그 

1분을 놓쳤다. 기절해 있었으니까. 369 -370




빅 엔젤 가족의 이야기이다. 다소 어수선한 전개에 정신이 없었던 것도 

잠시 빅 엔젤과 리틀 엔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오늘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다. 사실은 그의 일흔 번 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에 모든 친척, 가족들을 초대했었는데,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이렇게 자신의 생일 파티 전날에 장례식을 치르기로 

된 것이었다. 그런데 빅 엔젤이 난생처음으로 지각을 했다, 그것도 엄마의 

장례식에 말이다. 게다가 길은 교통체증으로 막혀버렸고 비까지 내리고 있다.

아내 페를라와 딸 미니의 도움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된 빅 엔젤은 모든 

가족들이 그의 결정을 믿고 따르는 이 가문의 가장이다.

때때로 자신을 짓누르는 사건, 오직 자신만이 아는 끔찍하고 말못할 비밀을 

기억 속 깊숙이 숨겨둔 채 살아왔으며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 많은 사건, 

아픔, 추억이 있다.  

사실 그는 100세 가까이 사신 어머니만큼 자신도 살 줄 알았다. 그런데 3주 

전에 의사에게서 앞으로 한 달 남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이미 자신의 코 앞에 다가온 죽음 앞에서 생일을 한 번만 더 보내게 해달라고,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본다. 아직 하고 싶은 일, 읽고 싶은 책,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고 동물원에 가서 코뿔소도 보고 싶었고. 막내 동생 

리틀 엔젤이 사는 곳에도 아직 못가봤다. 그리고 또.




나도 내가 이만큼 나이 먹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때가 있었다. 가족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때의 기억, 

상황이 저마다 다르거나 정작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즐거웠다. 그래, 그때가 좋았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생일에 모든 가족들과 성대한 파티를 열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왠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 장례식과 생일 파티라니...

빅 엔젤과 리틀 엔젤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교차

하고 있었다. 빅 엔젤은 막내 동생뿐만 아니라 가족 누구와도 서로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한 적 없었다. 서로가 그저 자신이 보고 느낀 대로 생각하고 

짐작하면서 그 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채 살아왔던 것이다. 

오늘 한 자리에 모인 이유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가족들.

이별을 앞둔 지금에서야 비로소 서로에 대한 애정, 진심을 확인하게 되었다.

빅 엔젤이 그의 아내에게 말했듯이 우리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인생이었어." 그는 마침내 말했다. -5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