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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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입장을 말해 보자면 나는 어린 유모처럼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가슴 깊숙이 하나의 강력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언젠가 내가 자유를 되찾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내가 괴물 취급을 당하며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치욕에 대해서, 나는 우선 나 자신을 낯선 

나라의 완벽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영국으로 다시 돌아

간다면 이런 불행을 당한 것을 가지고 누가 나를 비난하는 일은 없으리

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대영제국의 왕이라고 해도 그가 나와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17-118



걸리버 여행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걸리버가 난파를 당하거나 조류에 떠밀려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된 소인국, 

거인국에서 겪었던 일을 다룬 책으로 어쩌면 믿을 수 없을맡큼 황당무계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한편으로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였다.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어딘가에는 우리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깊숙히 숨겨진 세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들에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다시 만난 걸리버 여행기는 단순한 동화로 여길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걸리버는 아버지께서 가끔 

부쳐주시는 용돈을 모아 항해술과 그에 관한 지식을 배웠고 역시 장거리 

여행에 유용한 의학도 공부를 하며 준비를 했다.

몇 년간의 항해를 끝에 정착을 하려했지만 개업의로서 별 소득을 올리지 

못했던 걸리버는 다시 항해에 나서게 되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덩치가 너무 차이 나서 아예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덩치 작은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내세우려 하는 

것은 아주 헛된 일이로구나. 그리고 귀국한 후, 영국에서도 내가 깨달았던 

그런 교훈을 주는 살례를 아주 빈번하게 볼 수가 있었다. -151


그리고 이내 폭풍을 만나 암초에 부딪치고 만 걸리버 일행들. 그가 기나긴

잠에서 깨었을 때는 우리가 잘 알고있듯이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리둥절한 걸리버의 몸을 기어오르고 있는 사람들은 

키가 고작 15cm 정도였으며 줄을 끊으려는 그에게 수많은 화살과 창으로

공격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냉정한 판단력으로 소인국 사람들의 호의를 얻어서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어디나 선한 사람들만 사는 것은 아니었으며 또

때로는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판단에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걸리버는 자신이 도착한 곳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그 나라를 돌아보았다.

또한 왕에게 훌륭한 대접을 받았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과 다른 걸리버의 모습이 그들에게 웃음거리나 돈벌이 

대상이 되기도 했고, 우리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정치, 법, 권력, 학문, 편견과

가치관 등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걸리버 자신이 거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소인이 되기도 했다. 

낯선 이들과 생활하면서 그곳에서 배우고 굳어진 습관이나 행동은 그가 후에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상대가 말을 듣지 

못할까봐 크게 말을 한다거나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위해서 했던 행동들이.

이렇듯 여러차례 마주했던 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돌아왔다면 마땅히 항해를

그만둬야했음에도 그의 운명은 또다시 항해를 나서게 했다.

마치 유에프오를 연상하게 했던 떠다니는 섬, 죽지 않는 사람들, 말들이 지배

하는 나라로,

그 곳에서 걸리버가 왕들과 나누었던 대화, 보고 깨닫게 된 일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동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서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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