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강아지나 고양이, 그 밖의 동물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많은 것을 얻는다. 나도 C와 살면서 쩔쩔맬 

때도 많고 참아야 하는 일도 많지만, 함께한 18년을 생각하면,

만약 C가 우리 집에 와 주지 않았더라면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103




재미있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고 또 카모메 식당의 작가라해서 더 관심이 갔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등장 인물들의 묘한 매력들이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1998년 비를 맞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서 돌보다가 주인이 나타

나지 않아서 함께 살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C다.

집사인 나와 C의 일상, 에피소드를 통해 애완묘와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실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강아지는 물론 새들도 키웠었다.

그래서인지 TV 동물농장의 애청자인데도 실제로는 강아지나 고양이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못한다. 

대신 작은 어항에 구피 몇 마리를 키우고 있다. 물고기에 대한 저항감은 없는 걸

보면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안좋은 일이 있었던건 아닌가 짐작해볼 뿐이다.




작은 몸집으로 고양이들에게 덤비거나 싸움을 일삼아서 골목대장으로 불리던 C.

여왕이라 부를만큼 도도하고 자신의 의사가 확실한 C는 올해 열 아홉살로

사람 나이로 치면 아흔 살에 가까운 나이라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여왕을 위한 사료 찾기, 발톱 깎을 때나 동물병원 갈 때마다 

소란을 피우는 여왕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집사,

새벽이면 곤히 자고 싶어하는 집사를 연신 깨워서 시중을 들게 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혼내는 여왕과의 일상에서도 앞으로도 오래 함께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C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볼 수 있었다.


 



C덕분에 즐거운 삶을 공유하고 있지만 또 C때문에 여행은 18년 동안 하지 

못했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어쩌다 외출하려면 여왕에게 미리 잘 설명하고 선물을 사오겠노라 

약속을 하고 허락을 받는다, 

정성껏 빗질이나 맛사지해 주기, 밥주고 물을 갈아주는 것은 물론 때때로 옆

에서 지켜봐줘야 한다. 

저녁 시간에 책을 읽거나 취미 생활을 하고픈 집사의 마음같은 건 외면한 채 

어서 자라며 울고 조른다는 C와의 일상은 영락없이 다정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런 여왕도 무서워하는게 있었으니 바로 천둥소리로 이런 C를 위해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청소하는 어여쁜 집사의 마음을 C도 잘 알고 있으리라.




C의 울음소리나 행동을 보고 여왕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집사와 오랜 세월 동거동락하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자신의 몸단장을 잘하고 배변도 잘 가려서 손이 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의외이기도 했지만 C와의 일상을 보고 있자니 

나도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였고, C의 다양한 몸짓이 담긴 

일러스트에 빠져 한참을 쳐다보면서 읽었다.


"너는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스크래처 위에서 발톱을 가는 여왕님에게 말을 걸었더니, 무덤덤하게 내 얼굴을 

보며 "야옹!" 하고 짧게 울었다. C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지만, 

그 눈빛으로 봐서는 '당연한 걸 이제 알았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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