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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평점 :
마침내 학교에 출근을 했다. 처음 교실에 들어가 교단에 올라섰을 때는
어쩐지 기분이 좀 얼떨떨했다. 수업을 하면서 과연 나도 선생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떠들어 댔다. 때때로 귀청이
떨여져 나갈 만큼 커다란 소리로 '선생님!'하고 불렀다. 선생님이라 부르는
소리에는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어쩐지 발바닥이 근질근질했다. -47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으로 잘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다.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당근싹 짓밟기, 논에 물대는 우물 틀어막기 등등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말썽꾸러기로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나는
천성적으로 타고탄 무모함때문에 늘 손해만 본다.
그런 나를 극진히 보살펴주는 하녀 기요, 그녀는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고
항상 좋은 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생계를 위해 시코쿠의 중학교에 수학 선생님으로
부임하게되면서 기요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부임지에 도착한 그는 당장 돌아가고 싶은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쩌겠는가.
교사가 되어서도 여전한 그의 생활, 어찌보면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같은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지켜봐야 했다.
기요의 말처럼 자신이 가진 돈도 얼마되지 않으면서 5엔씩이나 팁을 주었고,
하숙집 주인이 나가줬으면 하더라는 말을 듣고는 정작 주인에게 사실인지
조차 확인해보지 않은것은 물론 더구나 갈 곳도 정하지 않은 채 덜렁 짐을
싸서 나와버리는 이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이러니 나이많은 하녀가 멀리서도 도련님을 걱정할 수 밖에 없지않겠는가.
기요에게는 누구보다 대쪽 같은 기질과 불뚝 성질을 가진 착한 도련님일
뿐이었으며 하루빨리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은 하숙집의 음식이 맛도 없고 외로워서 하루 빨리 도쿄에 있는 기요를
이 곳으로 부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었다.
너구리, 빨간 남방, 높새 바람, 끝물호박 선생, 따리꾼...
이것은 다름아닌 학교 선생님들의 행동이나 성격을 보고 내가 붙인 별명이다.
별명만으로도 선생님들의 모습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으리라.
좁디좁은 동네라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이 바로바로 소문나고 알려진다.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성격인데다 모든일에 있어서
자신의 기준과 생각대으로 이해하고 해석해버리니 원만한 생활이 될 리가
없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든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떠나리라 마음먹은 탓도 있었으리라.
결국은 사단이 나고 말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사로 부임해서 그가 만났던 사람들, 보고 듣고 경험했던
일들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축소판이 아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