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 단편선 -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미숙.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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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는 그쪽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하늘 강 한곳에 커다랗고 

캄캄한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속이 얼마나 깊은지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눈을 비비고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그저 

눈이 시리고 아프기만 했습니다.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나 이제, 저렇게 커다랗고 시커먼 어둠 속이라도 무섭지 않아. 꼭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찾으러 갈 거야. 어디까지 어디까지라도 우리 함께 가자!" - 94


일본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오래전 우연히 시작했다가 직장생활로 포기해야

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늘 초급과정에서 맴돌고 있어서 욕심을 내서

원서도 함께 읽어보기로 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작가가 바로 은하 철도의 밤과 고양이 사무소의 저자인 

미야자와 겐지였다.

깊은 밤 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연상케하는 책 표지를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펼쳐 본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은하 철도의 밤'은 조반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오늘은 은하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오늘밤 마을에서 은하수 축제 있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조반니지만 같은 반 친구인 캄파넬라와의 우정을 믿고, 

잡지 책에서 함께 보았던 은하수 사진도 잘 기억하고 있다. 

인쇄소에서 일하는 조반니는 일을 마치자마자 빵 한덩어리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서 아픈 엄마가 기다리고 계시는 집으로 돌아갔다.

고기를 잡으러 먼 곳으로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힘들게 

살고 있는 가족들, 아빠가 계실 때의 행복한 기억이 가득하다. 

엄마의 우유를 가지러 가는 길, 은하 축제에도 가보려 한다. 

가까이 갈 수 없는 친구들과의 거리감을 느끼며 조반니는 넓은 밤하늘의 하얀 

은하수를 한없이 걸어보고 싶어졌다. 

어린 소년이 가슴에 사무친 외로움, 가난, 노동, 보고 싶은 아버지, 친구들.

밤하늘을 달리는 기차 속에서 조반니는 혼자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친구인 

캄파넬라와 함께하는 꿈같고 신비한 여행길이었다. 

빛나는 은하수를 따라서 예쁜 용담화 꽃도 피어있고 온갖 새들도 날아다니고 

있다. 새잡이, 수녀님, 청년과 아이들이 타고 내렸다. 모두들 목적지가 정해져 

있나보다.

신비로운 은하수 여행이 끝날 무렵 왠일인지 조반니는 홀로 남았고, 외로움에 

목놓아 울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보니 피곤해서 깜박 잠들었던 언덕 풀 숲이었다. 

그리고 듣게 된 놀라운 소식, 캄파넬라가 사라진 강 하류가 마치 흐르는 은하수 

같기만 했다. 캄파넬라는 어디로 간 것일까. 어쩌면 조반니는 알 것만 같기도 했다.

'고양이 사무소'의 서기는 항상 네 명으로 정해져 있다. 사무장은 덩치 큰 검은 

고양이와 서기인 흰 고양이, 얼룩 고양이, 삼색 고양이 그리고 부뚜막 고양이다.

이곳은 주로 고양이의 역사와 지리를 조사하는 곳으로 서기는 좋은 옷을 입고 

존경을 받았기때문에 고양이라면 누구나 이 곳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사실 부뚜막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 다른 버릇때문에 다른 고양이들에게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서기가 되기 힘든 조건임에도 일하고 있지만, 일반 사회 

생활이 그러하듯 잘 지내보려는 부뚜막 고양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서기관들은 

모두 그를 몹시 미워했고 결국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진 친구들과의 추억, 밤 늦게 까지 첼로 연습을 하는 고슈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이고 또 한바탕 멋진 꿈을 꾼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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