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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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는 파우더처럼 메말라 형편없었다. 벙어리장갑에 묻은 눈을 후 불어서 날리고 

손뼉을 치자 바삭거리며 큰 소리가 났다. 소리는 추울 때 무중력 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그렇다. 자신이 공기 방울처럼 언제든 하늘로 날아올라 이내 푸른 하늘로 사라

질 것만 같았다. -28




오로라를 연상케하는 아름다운 겨울밤을 담은 책표지, 다소 몽환적이기도한 

표지를 보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런지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엄마와 아들이 바라는 세계,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

하는 마음 그리고 내일.

이야기를 읽는 내내 혼자서 안절부절하다보니 책을 덮었다 펼치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왠지 모를 불안함과 압박감이 내내 따라다녔던 것이다.

비베케는 나처럼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다. 아니 나보다 더 많이 읽는 

편이다. 일주일에 보통 세 권을 읽고 가끔은 다섯 권까지 읽을 때도 있다하니.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그녀는 따뜻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을 꾼다.

아들 욘은 집에서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비베케와 욘은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채 소박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오늘은 이 곳으로 이사온지 사 개월하고 사흘 째로 수요일이다.

이처럼 아주 평범해보이는 모자의 이야기로 그것도 단 하룻밤사이에 일어난 

엄청난 이야기다. 


그녀는 팔꿈치를 무릎에 받치고 몸을 숙였다. 인생은 너무나 멋지고 이상야릇

하다는 생각에 실소를 머금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218


내일이면 아홉 살이 되는 욘이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은 기차 세트다. 

비베케는 도서관에 다녀오기 위해 준비를 하고 그 모습을 보는 욘은 자신의 

생일을 생각한다. 내일 자신을 위한 깜짝 파티가 열릴 것이라고!

그래서 욘은 조용히 외출을 했다. 장갑도 없이 그리고 또.

비베케와 욘의 복잡한 생각, 느낌들이 아주 상세하게 그려진다.

풍족하지 못한 두 모자의 생활. 하얀 눈에 덮힌 캄캄한 마을의 깊은 밤은 고요

하기만 하고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들 욘을 사랑하지만 또 욘에 대해 무관심한 비베케. 

언제나 엄마를 기다리면서도 한 발짝 멀리 떨어진 채 바라보고만 있는 욘. 

오늘밤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외출을 했다.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을 모른채.

평범한 문장들임에도 글을 읽는 사이사이 느껴지던 불안감의 이유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설마... 세상에나.


그는 배를 깔고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이 어둡고 거대

하며 고요했다. 

그는 여기에 누워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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