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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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서 앞에서 언급한 많은 일들이 큰 불편에서 사소한 

불편이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바뀌었다. 우리는 스크린에 달라붙어 있던 마음을 점차 

떼어내고 있었다. 가족끼리 더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다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바로 그 순간 그곳에 존재하며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 313-314




스마트한 세상에 살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그외에도 카카오톡이나

밴드, 문자, 이메일을 통해 끊임없이 새소식들이 들어온다.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폰을 내려놓는 순간 나와

사람들, 세상, 정보의 바다에서 나 혼자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인것 같다.

막상 폰을 들여다봐도 쓸만한 소식은 없다. 그래도 나는 온라인 세상과 단절되기 싫어서 

또다시 핸드폰을 잡는다. 그런 나의 일상을 반성케해주는 책이었다.

얼마전 여행을 다녀왔다. 겸사겸사 나선 길이라 일정이 조금 길어졌고 여의치 않는 상황

으로 핸드폰은 온라인 접속 대신에 아름다운 풍광, 음식, 셀카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틈만 있으면 온라인 접속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처음에는 답답하고 초초해하던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해버리고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저자는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모뎀을 끄는 자발적인 디스커넥

토피아를 선택했다. 컴퓨터는 물론휴대폰까지 디지털 세상과의 연결을 차단한 것이다.

생각보다 쉽지않은 결정이었으리라. 그럼에도 차츰 적응해가는 '인터넷 안식일' 실험은 

흥미로웠고 긍정적인 효과는 내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소로가 월든으로 가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우리 시대의 문제기도 하다. 월든에서 소로

의 임무는 세상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끊어져' 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살면서 다시 내면을 살피고 일상생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깊이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는지 보는 것이었다. - 261



무엇보다 눈길이 간 대목은 인쇄술의 발달로 책은 물론 소책자, 갖가지 문서등 넘쳐나는 

인쇄물로 처리해야할 정보들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마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정보의 

홍수시대와 유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햄릿' 속에 종이 수첩이 디지털 시대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과 그 시대에 사용했다는 테이블에 대한 것이었다. 

수첩의 기능을 했던 테이블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메모기능과 닮았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메모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우리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누리고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스크린, 네트워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과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일곱 철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 깊이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셰익스피어는 책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책으로 인해 그만큼의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자신의 작품에 가끔 책을 등장시킨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햄릿>에는

왕자가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지문이 있다. 앞서 언급한 단락을 살펴보면 셰익스피어가 책이

한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다양하고 미묘한 효과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책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명쾌한 사고에 엄청난 장애가 될 수도 있고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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