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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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를 읽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은 그러하다. 수천. 수백 년 전 바로
이곳에서 살았던, 이 땅을 밟고 지났을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그려내는 것. -16

눈길 닿는 곳마다 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계절. 운동을 싫어하는 나도 걷기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우리가 사는 도시, 내가 사는 주변에 어떤 역사, 어떤 삶,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고 보면 더 친숙하고 반가운 길이 되지 않을까.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다. 조그만 표석

으로 자리한 기로소, 독서당, 육의전, 옥첩당, 이승당, 소금 창고인 의염창, 죄인을 수감

하던 전옥서 등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서서 무심한 우리 눈에 잘 띄지도 않은 채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길을 물어도 대부분 잘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 그렇기에  바로 앞에 두고도 몇 번씩 길을

되짚어야 했고 묻고 또 물어봐야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거리, 건물들이 개발과 편리, 도시 미관이라는 미명아래

뒤로 밀려나고 작아지고 잊혀져가고 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에 잊지 말아야할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있음을 기억하게 해

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걷듯 도심의 거리를 걸으면서 자연스레 

그곳에 대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낯선 동네를 헤매기도 하지만 또다른 재미라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맛집이나

재래시장 구경이 빠질 수 있을까. 그 중에서 나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소금다방!

과거 소금창고 터임을 착안하여 만들었다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단다. 헌데 작가가

그려준 맛으로는 도대체 상상이 되질않는다. 커피에 소금이라니...


지금껏 표석을 찾는답시고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면서 안타까웠던 것들 중 하나를
제대로 실현시킨 가게인 셈이다. 역사를 과거의 것, 돌판 위에 새겨 전시하는 무엇으로
만들어버리지 않고 현재에 되살리는 도시 디자인, 말만이 아닌 인물학과 콘테츠와
'창조 경제'가 혀끝에서 감칠맛 있게 녹아들고 있었다. -118

나 어릴적에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그리움과 추억들이 묻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

버린 나이라 그런지 내 기억에 남아있는 정겨운 동네 이름, 돌담길, 가마솥과 아궁이,

우물, 송사리를 잡던 냇가.... 모두가 아련하기만하다. 이젠 딱딱한 회색 콘크리트 속으로

묻혀버렸고 기억하는 이들마저 거의 떠나 버린 그 곳에는 더이상 맑은 물도 흐르지 않는다.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이라 그리운건지, 이만큼 지나버린 시간이 아쉬운건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에도 분명 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TV를 보면 세계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음식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이렇게

우리나라 곳곳에 스며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프로그램도 생겼으면 좋겠다. 딱딱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이렇게 즐기면서 시간을 거슬러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표석을 한번 쓸어보고 지하철 입구로 들어갔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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