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의 섬 아바나의 오컬트 시리즈
다이나 차비아노 지음, 조영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책이다. 쿠바 출신 여류작가의 SF환상소설이라는 문구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읽기 시작한 소설인데 왠걸, 대하소설과 같은 가계도, 격동의 시대를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희망,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예상치도 못한 감동이 숨어 있었다.

이 책<끝없는 사랑의 섬>은, 쿠바 출신으로 망명후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저자 '다이나 치비아노'의 2006년도 작품.
'마르케스'를 필두로 한 중남미 문학을 접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히 초자연적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도 묘하게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많다. 확실히 문학적인 표현으로서 꽤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을 일부러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에 몸에 베어있는 자연스런 사상이라고나 할까. 현실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지울수 없게 만드는 특색이 있다.

이 작품이 또한 그렇다. 여기에는 일단 예언이나, 요정이나, 수수께끼의 유령의 집 등 불가사의한 사건이 자꾸자꾸 나타지만 그러면서도 작품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완전히 리얼한 현실로서, 판타지와 현실이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나는 '매직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남미문학을 이야기할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야말로 바로 이러한 것을 말하는게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출현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목격된 적 있는 유령의 집을 쫓고 있는 기자 '세실리아'는 우연히 들른 바에서 쿠바 아바나에서 온 노녀 '아말리아'를 만난다. 아말리아가 들려주는 그녀의 집안 내력과 중국계 이민자의 후손인 그녀의 남편의 집안, 각각 3대에 걸친 역사에 세실리아의 에피소드까지 섞여서 교대로 서술되는 꽤 복잡한 구성으로 이 소설은 진행된다.

이런 구성 덕분인지, 처음에는 꽤 진도가 안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에 점점 길들여지면서, 토막토막 끊어지는 에피소드의 다음이 궁금해서 초조해질 정도로 빠져들게 되니 묘하다. 몇몇 대목은 결말을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 그게 또 혹시 확실한 결말이 있을까 싶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예언이나 요정이나 다양한 초자연적인 일들이 당연한 것인양 그려져 있어서, 그런 면에서는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그것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내용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이런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결코 SF나 환상소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된 연출로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에게도 아직까지 무속이나 토속신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쿠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지금도(혹은 최근까지도) 분명 그런 것이 익숙한 것이다.

쿠바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자료로서의 의미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혁명 후의 혼란을 그리는 부분은, 깊숙한 부분까지는 알기 힘들지만, 그런데도 꽤나 충격적.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항상 고향을 생각하는 쿠바 사람들의 아바나 사랑이 인상적.
<끝없는 사랑의 섬>이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직설적이고, 작품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결말이 훌륭하다. 이전까지 들려준 세개의 스토리가 하나로 수렴되어 가는 형태의 결말이 매우 감동적이다. 중남미 문학을 읽고 싶지만, '마르케스'나 '바르가스 요사'를 집어들기가 진땀 날 정도로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영상미 넘치는 아름다운 문장은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는다. 다만, 3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가는 이야기인 만큼 등장 인물이 우글우글 나오므로 이 때문에 초장에 헷갈린다고 책을 내려놓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 고비만 넘기고 나면, 신경지가 펼쳐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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