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성년자의 임신이라는 주제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다루기가 까다롭겠지만, 독자로서도 역시 받아들이기가 수월치 않다.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어설프게 농담이 섞여있다가는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 쉽상이다. 또 입장차에 따른 견해의 대립이 뚜렷한 사안이라 저자의 생각이 대중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이고 영화고 기존의 완성작들 중에서는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어린 소녀가 과연 엄마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 너무 이른 임신은 곧, 아직 앞날이 창창한 소녀가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와 스스로를 발전시킬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느니, 중절수술은 불법이라느니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닌듯 하다.

<마름모꼴 내인생>은 이런 십대의 임신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매우 슬기롭게 풀어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비관적이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그려내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십대 임신, 미혼모 문제에 대해 어느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하룻밤으로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소녀와, 이미 한차례 중절 수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 이 둘의 감정의 교류와 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여러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과연 이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열여덟 살 론다는 조지아 공대를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성적도 우수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진해서 저소득층 자녀들의 과외지도까지 맡고 있는 모범생이다. 그런 론다가 새로 가르치게 된 사라는 아름다운 외모에 빵빵한 배경까지 갖춘,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왕님.
론다로서는 이런 사라를 지도하는게 영 탐탁치 않지만 자신의 꿈인 조지아 공대 추천서가 달린 일이라 어쩔수없이 수락하고 만다. 그런데 첫인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서로 잘 통하는 둘, 거기에 더해서 사라의 오빠는 론다가 좋아하는 같은 학년의 킹카 데이비드!
그럭저럭 재미있는 일만 잔뜩 있을 것 같던 이들의 관계는 사라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론다가 알게 되면서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청소년들의 사랑과 연애, 진로 문제와 같은 여러 고민들을 적절히 섞어넣어서 십대임신이 너무 전면에 부각되지 않게 하면서도, 그들이 임신을 하게 되는 과정이 흔한 편견처럼 그저 일탈과 무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소녀들에게 이 순수한 사랑은, 당시로서는 세상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위의 따뜻한 손길과 조언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 대신, 보다 여유롭고 열린마음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이런 철없는 일탈을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