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디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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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자들이 행한 어느 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도시괴담에는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특정 단어의 조합이 있다고 한다. 친구의 친구... 어느 도시괴담이든 그 진원지를 캐들어가다보면 결국 친구의 친구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친구의 친구. 모든이의 친구인 그 친구는 도대체 누구인가? 너는 누구냐?

팔꿈치로 책상을 기어 다가오는 아이, 홍콩할매, 인면견, 이순신 장군 동상등의 도시 괴담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어디에라도 유사한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일례로 비교적 유명한 인면견, 입찢어진 여자같은 괴담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서 건너와 정착된 수입괴담들이다. 지역적으로 뿐만 아니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전설들도 일종의 괴담이라 본다면, 괴담의 역사는 참으로 유서가 깊다. 모양새는 조금씩 달라도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이 괴담들이 가진 공통점은 괴담 그 자체만 있고 괴담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없다는 것.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 그래서 결국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 <고스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괴담들은 조금 특별하다. 친구의 친구가 아닌 괴담의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자신이 체험한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 . 마치 환상특급에나 나올법한 기상천외한 섬뜩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이야기라며 겁에질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털어놓는다.

소년 "호아킨"은 날벼락같은 교통사고로 양친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에, 같은 신세의 가브리엘을 만난다. 처음 본순간부터 한눈에 전기가 통한 둘은 금새 절친한 사이가 되어 밤이 되면 원장실에 숨어들어 몰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사연들을 들으며 지낸다. 퇴원후, 밴드를 결성해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공유하며 지내던 중, 어느날 밤 감전사고로 호아킨은 가브리엘을 잃고 만다. 이후 <고스트 라디오>의 진행자로 성공한 호아킨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호아킨의 현실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시청자들이 들려주는 괴담과 <고스트 라디오>의 진행자인 호아킨이 처한 이상한 상황들이 중첩적으로 일어난다. 친구의 친구가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여서일까, 고스트 라디오의 괴담은 그냥 괴담으로 그치지 않는다. 괴담일 뿐이었던 이야기들이 미묘하게 호아킨의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인 "레오폴드 가우트"는 프로듀서, 영화감독, 만화가, 소설가, 음악가등의 만능 엔터테이너. <고스트 라디오>도 원래는 그래픽 노블로 구상된 작품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렬하다. 마치 소설이 아닌 그래픽 노블의 현란한 그림들을 감상하고난 듯한 기분이랄까. 락음악과 라디오 주파수 소리, 그리고 마구 뒤섞인 괴담들. 이책을 읽고 나서도 과연 지금 이것을 현실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라는 어느 아마존 독자의 감상처럼, 시공간이 뒤틀린 세계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신세대 기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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