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의 거장들
스테파노 G. 카수 외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특권층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고, 전문지식이나 특별한 라이센스를 가진 자에게만 허락되는 행위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알듯 말듯한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나도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로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가 아니라면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초대받지 못한 자가 어줍잖게 기웃거리는 것 같아 왠지 껄끄럽다. 황당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문외한으로서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오지탐험이자 국토대장정만큼이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말하고보니 교양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기는 한데, 모르긴 몰라도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제법 많이(어쩌면 조금)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음같아서는 전 유럽, 전세계을 돌아다니며 제목도 화가의 이름도 잘 모르는 그 명화들을 똘똘한 가이드들의 해박한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섭렵해 나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것이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나 지식면으로나 현실성 떨어지는 바램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이탈리아의 미술사학 분야의 권위자들의 새심한 설명이 달린 <유럽 미술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대리만족 이상의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13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제작된 그림들 중 "유럽 미술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작품들"로 선별된 이 그림들은 큰 판형의 책 전체를 가득 메우는 전체그림으로 실려 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부분이 부분적으로 확대되어서 실려 있기도 한데, 물론 실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느낌을 생생히 전달받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벽화를 포함해서 해당그림, 작가에 대한 전문가의 충실하고 세심한 해설, 그림이 제작된 당시의 시대적 배경등에 대한 설명들을 듣고 있으면 명화를 테마로 한 기차를 타고 유럽 역사의 터널 속을 뚫고 지나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성지순례라고나 할까.

문외한이던 전문가던 그 감성에 귀천은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배경지식이라는 것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 그림의 기법이나 그림을 보는 안목은 접어두더라도,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나 역사적 배경등을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지식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불가결 한 것이라 하겠다. 그것이 예술 애호가들과의 미묘한 거리감의 정체라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식견을 쌓아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거장들의 위대한 손길을 눈앞에서 느껴보고 싶다.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그 감동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