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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ㅣ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979년에 간행된 단편집. 표제작 <나폴레옹광>과 제32회 추리 작가 협회상 단편상 수상의 <뻔뻔한 방문자>등을 포함한, 전 13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81회 나오키상 수상작. 단편의 명수로 불리는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중에서도 걸작으로 이름 높은 작품집이다.
정상의 범주에서 어딘가 조금 어긋난 듯한 광기.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은 각각, 일상에서 조금씩 미묘하게 벗어난 광기의 영역에 닿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독, 블랙유머, 기묘한 맛. 작가가 작품뒤에 숨어서 독자를 바라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드는 노련한 블랙유머를 구사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 안에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수록된 한 편 한 편은 보통 단편 소설의 반정도의 길이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 편의 작품이 주는 인상은 다른 작가의 보통 길이의 단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밀도가 높다.
그건 아마도 문장의 프로답게, 심플하면서도 농밀한 문장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 미스터리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적인 기법과 쇼트 쇼트의 기법을 믹스 시킨 듯한 구성에 의한 맛은, 이게 또 독자의 심리의 다크한 부분을 자극한다. 어느 쪽이냐 하면 의혹이나 수수께끼라기보다는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멘트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정말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미스터리 작품집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미스터리 독자의 마음을 묘하게 자극하는 작품집.
전체적으로 보면, 미스터리라고 하기 보다는 기묘한 맛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한 작품 한 작품이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SF 터치나 동화적인 터치가 되어 있는 등, 다양한 작풍을 즐길 수 있는 작품집이기도 하다.
아토다 다카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미스테리 작가로서 알려져 있지 않은 순문학이나 타장르의 작가라도 미스테리팬의 취향을 만족시켜 줄만한 작품을 써내는 경우는 많이 있다. 나폴레옹광은 그런 경우 중에서 대표적인 케이스로 들어도 좋을 명작품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