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왓치맨 Watchmen 1 ㅣ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세계 최고의 코믹라이터 앨런 무어의 대표작이자, 히어로 코믹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기념비적 명작. 만화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휴고상을 수상.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함께 코믹의 가능성을 크게 확대시킨 주역.(이라고 한다)
왓치맨은 영웅물이 아니라 안티 영웅물이라고 불러야 할 것같다. 이 만화에는 많은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닥터 맨해튼을 제외하면 모두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않은 보통 인간이다. 정부가 공인하는 히어로 이외에는 자경 행위가 금지된 미국에서 그들 중 많은 수는 과대 망상적인 위험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1985년, 히어로나 은퇴한 전직 히어로가 차례차례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은 세계의 정세를 뒤바꾸어 버릴 정도의 거대한 사건으로 발전해간다.
왓치맨이라는 것은 히어로의 이름이 아니고,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인 유베날리스의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 라는 명언에서 근거한다. 이 물음이 작품 전체에 깊게 깔려 있다. 강자에 의한 사회 변혁, 사적 제재 주의에 의한 질서 유지, 선민사상 등, 슈퍼 히어로물에는 늘 따라다니는 이 어두운 명제를 한계점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난해한 철학론이나 정치론을 들먹거리는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스펜스로 가득 찬 긴밀한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추구되고 있는 점이 대단하다.
미스테리적인 수법이 자주 사용되는 스토리는 빈틈없고, 또, 신문이나 정치 팜플렛을 인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패러렐 월드상의 아메리카를 다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메타 문학적인 현혹감마저 느껴진다.
냉전시대의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은 다소 리얼리티가 부족해 보이는 설정도 있지만, 그정도로 가치가 줄어들만한 어설픈 만화가 절대로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만화책과 비교하면 가격은 세지만, 한 컷에 담긴 정보의 양을 생각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읽을때마다 새로운 깊이를 느낄수 있다는 점에서도 보통의 만화책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 부분은 나도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긴 하지만 코믹이 아니라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우는데는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표현하면 복잡 괴기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을, 한국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잘 이해하기 위해서 설정이라던가 캐릭터설명같은 번역판만의 무언가가 첨부되었다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 슈프리머시'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괜찮을까. 꽤 재능 있는 감독인 듯하지만, 솔직히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이 심오하고 거대한 왓치맨의 세계를 한편의 영화안에 축약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일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