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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빛축제
백지혜.홍유리.현주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3년 10월
평점 :
루미나리에 기억하는 분 계시나요?
이 책의 서문에서 그 단어를 본 순간 (몇 년도인지도 몰랐는데 20년 전이었더라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치형으로 꾸며진 조명들을 처음으로 본 기억은 어렴풋하게나마 남아있었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의 빛축제가 시작된 계기였다고 합니다.
루미나리에란?
'luminarie - 색깔과 크기가 다른 전구 또는 전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 건축물 축제'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나라의 빛축제가 궁금한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빛축제를 기획하거나 조명 디자이너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인가 걱정했는데 그 부분의 분량은 큰 비중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각 도시의(방문도 어려운) 축제 유례와 시민 의식을 배울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빛축제가
어떻게 기획되어야 '도시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염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빛, 축제가 되다
빛은 원시 시대부터 모닥불을 피우거나 제사를 지내는데 필수로 사용되었고 신성한 의미까지 가지고 있죠.
그래서 횃불이나 인공 조명등은 일부 계층에서 사용했지만 점차 상업적 유희로 발전하면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게 된 이유라고 해요.
시간이 흘러 현대인들에게는 인간의 유희적 본능이 축제로 표현된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일상과 생산활동을 잘 유지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축제는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비비드 시드니 축제의 한 장면인데요.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이날따라 하늘까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사진이 그야말로 세계빛축제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제소개페이지마다 정보와 웹사이트가 기록되어 있어요.
최근 한강에서 열린 빛섬축제 또한 사이트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했는데
이책을 읽었으니 내년에도 개최된다면 참여해보고 싶네요.
시드니의 경우 컨셉, 기획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100일전부터 홍보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비록 2020년 2021년 회차가 취소되었으나 2022년 다시 재개하며 경제효과 창출을 톡톡히 올렸으니 이 축제야 말로
'가보고 싶은' 빛축제가 되었네요.
반면, 디지털 미디어 작가들의 축제인 시그널 프라하는 초기 낙후된 공공시스템으로 초창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2010년 프라하 관광
명소인 천문시계탑 600주년 기념을 위해 체코 문화진흥원이 주최한
프로젝션 맵핑 행사에서 더 마큘라 그룹의 작품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두루 호평을 받으면서부터이다."
p115
"2010년의 프라하는 도심에서 개최되는 공공축제가 매우 적었다.
그나마 진행되던 축제도 문화유산을 기리기 위한 역사 중심의 행사였다. (중략) 프라하에는 오후 10시 이후
소음을 제한하는 법규가 있어서 축제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고 청원을 했더니 대법원에서 '음악은 소음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려 밤늦게까지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p122
세계적인 축제에 비해 우리나라 축제는 어떨까요?
저는 아직 빛섬축제나 동대문 DDP등 알려진 빛축제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축제가 더 많겠죠.
하지만 그 모든 축제가 가보고 싶은 축제는 아닐 거라는 지적을 합니다.
빛축제의 성공으로 도시의 위상이 달라지고 시민들이 함께 기뻐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빛공해를 지적하며 밤까지 이어지는 문화 등을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리옹 빛축제 기간 동안은 교통이 통제되며 거리의 가로등에 광량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설치되는데 이는 어둠으로 인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빛축제의 특징을 위한 모두의 협업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조명 시스템과 빛공해 방지에 대한 정책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미디어 콘텐츠 영상을 송출하기 위한
10분동안 조명을 끌 수 없다는 현실은 읽으면서도 답답하게 느꼈습니다.
정작 제도 개편을 결정하는 분들이 읽으셔야 할 텐데 말이죠.
조명이나 빛축제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축제의식은 어느정도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3분의 저자분들의 이력을 보니 전통도 유례도 없는 다른나라의 축제 흉내가 아닌
우리만의 스토리텔링이 담긴 '가보고 싶은' 빛축제도 기대해보게 되네요.
조명이나 축제기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 다른 도시의 축제가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