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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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4 한번 읽고 이해가 안되서 세번 읽고난 후 감탄했다. 단편집이지만 긴 중편을 읽는 기분이었다. 결국 전반부의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후반부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물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했다. 뭔가 자세한 해설(답지)을 읽어보고 싶다. 좋아하는 킹크림슨이 나와서 너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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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그런데 뭔가 있다. 이어지는 흐름을 찾기 위해 앞으로 계속 돌아갔다. 쉽지 않지만 매력이 느껴진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번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이기적이군. 치가운 세상에서 살게 된 아내에 대해서는 연민도 없이 그녀가 필요하다고만 생각하다니. 정말 이기적이야. - P36

"그러니까..... 열다섯 살 이후로 당신은 생식 능력을 잃었습니다." - P41

입이 딱 벌어진 아구스티는 생각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왜나하면 살아남은 자들 앞에 펼쳐진 미래 또한 매우 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허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 P42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P49

그런데 왜 십이 년간 나에게 한 번도, 단 한 번도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거니? 네 편지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주었을 텐데. 손안에 그 편지를 갖고 있기만 했어도 내 인생이 그렇게 고통스립지는 않있을 거야.
- P52

"사랑하는 람베르투스, 날 용서해 다오." 말의 귀에 속삭인 후, 그는 단도를 꺼내 짐승의 경정맥을 잘랐다. 말은 교회 서기관보다 더 큰 신음 소리를 냈고, 짐승의 눈은 곧 유리처럼 굳어졌다. 말이 완전히 숨을 거두기 전, 바루크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살핀 후, 아주 정확한 손통작으로 람베르투스의 배를 갈랐다. 그는 썩어 분드러지기 시작하는 내장이 내뿜는 악취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위로 향하는 길을 헤집었다. 금화가 콸꽐 쏟아져 나왔다. 피범벅이 되어 더러위진 금화였지만, 람베르투스는 한 푼의 손실도 없이 금화 전체를 바루크에게 바쳤다. 단 한 닢도 빠짐없이. 람베르투스의 몸은 그가 마지막 금화를 주울 때까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안녕, 람베르투스. 무거운 안장을 끌고 가야 했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 P125

예고 없이 갑자기 범출 수 없는 기침이 시작되었다. 피할 수 없었다. 기침 소리에 공포는 다시 찾아왔고, 그는 마치 기도문을 외우듯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스치는 기억 속, 트레블링카에서 고통에 괴로워하는
자신이 있었다. 에디트, 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으로 죽었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트레블링카의 공기 중에 흩어져 있을까, 어쩌면 어떤 고요의 순간에 땅에 묻혔거나, 아니면 바람을 타고 저 먼 스텝 지역으로 날아갔을까, 내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기침 때문에 죽어 버리고 말았구나. - P156

세번째 총성이 터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이자크, 내 아들아, 너는 살아 나갈 것이다. 우리를 위헤 살 것이다. 네가 우리의 눈과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으로 가거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서 너를 위해 살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낳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너를 통해 살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자크의 손을 잡아 권총을 입안에 넘고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냥 놀이일 뿐이란다. - P165

그녀는 강가의 뾰족한 바위에 앉아 몇 시간이고 떠내려오는 죽은 자들을 살피며, 그녀의 어린 시절, 강이 잉어와 기쁨을 선물했던 그 시절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혹시 아들을 찾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한 것은 익사한 이들의 눈에서 어두운 죽음을 읽으며, 손을 들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P193

"그렇지. 누구나 시간이 지나봐야 우리의 선택이 실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 P261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니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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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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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3 한강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감문과 시, 정원일기 등이 수록된 작품.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감이 있지만 작가님의 생각과 생활을 엿볼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님의 조용하지만 강한 아우라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작지만 나만의 정원을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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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5-30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가격을 생각하면!^^

새파랑 2025-06-03 20:58   좋아요 1 | URL
좀 비싸긴 합니다... 그래도 좋아요 아주~!
 

작가님의 작품노트. 정원을 가꾸는 작가님의 모습이 상상된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 P10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ㅡ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ㅡ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 - P12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 P19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P19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P21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 P25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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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49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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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2

"<행복한 죽음>을 그렇게 쉽사리 강탈당히는 결과를 자초한 것은 너무 무책임했다. 고통과 노년의 유동적인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기를 쓰고 나아갔어야 했다. 꿋꿋하게 참고 견뎌서, 침대에서의 편안한 죽음이라는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고 애썼어야 했다."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어떻게 살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것인가도 중요하다. 당장 내일 무슨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죽음의 순간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죽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이 다가왔을때 마음을 준비할 시간, 정리할 시간, 작별의 시간이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


짐 크레이스의 <그리고 죽음>은 내가 생각하는 죽음과 정반대인, 최악의 죽음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직전에 읽은 한강작가님의 <작별>이 정신적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보여준다면, <그리고 죽음>은 육체적으로 적나라한 죽음을 보여준다. 이런게 죽음이라고?

[여러분이나 나 같은 동물의 수명은 겨우 90년입니다. 거북보다 휠씬 짧지요. 우리는 거북보다 먼저 죽어야 합니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거북보다 먼저 죽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으니까요. 우리의 탄생은 죽음으로 들어가는 관문일 뿐입니다.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 큰 소리로 우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이 말을 필기하지 마세요. 사람은 살기 시작하는 순간 죽기 시작합니다. 삶은 자궁에서 시작되는 내리막길, 정자가 난자를 만나 달라붙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내리막길입니다.] P.49




작품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주인공인 50대 부부인 남편 조지프와 아내 셀리스가 죽어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적이 없는 바닷가 모래언덕 뒤에서 옷을 입지 않고 있는 두 부부가 육체가 심하게 회손된 상태로 죽어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부부는 거기서 뭘하고 있었던 걸까? 왜 옷을 벗고 있었던 걸까? 누가 죽인 걸까? 이후 왜 그들이 거기에 갈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발견된건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변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런데 하고 많은 부부들 중에 하필이면 그 두 사람이.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열정의,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희생자가 되어, 속옷도 입지 않은 채 두개골이 함몰된 그런 꼴로 발견되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만한 나이에 그만한 학식을 가진, 볼품이라곤 없는 남녀가 야외에서 섹스와, 그리고 살인과 맞닥뜨리게 될줄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P.9




30년전 부부는 자신들이 살해된 그 장소에 있었었다. 당시 부부를 포함한 생물학자 여섯명(남4, 여2)은 이곳 근처의 연수원에서 처음 만났다. 혈기왕성한 20대 생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분야인 생물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연구와는 별개로, 혈기왕성한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짝짓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실 남편 조지프에 대한 아내 셀리스의 첫인상은 안좋았다. 남편은 겉보기에도 남자답지 않아 보였고 범생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내 셀리스는 다른 남자들을 욕망하였지만 그들은 셀리스보다는 다른 여성 생물학자인 페스타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어찌어찌하여 조지프와 셀리스는 눈이 맞게 된다. 그냥 그렇게 끝났으면 다행인데 문제가 생긴다. 그들의 방관 혹은 사소한 실수로 큰 사고가 발생하여 동료중 한명이 죽은 것이다. 게다가 큰 사고가 일어난 순간에 두 부부는 자신들이 (미래에) 죽는 모래언덕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이 사고는 아내인 셀리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만 남편인 조지프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첫사랑이었던 아내와 사랑을 나눴던 그 모래언덕을 소중한 추억의 장소로 생각해서 사고가 난 이후에도 혼자서 찾아가곤 했던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아내와 함께 해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당연하다. 첫 만남이 최고다. 바리톤만에 갑시다. 옛 추억을 위해서. 죽기 전에. 그는 수천 번이나 제의하곤 했다. 그러나 셀리스는 단 한 번도 동의하지 않았다. 조지프를 만난 그 주일과 그들의 첫 섹스를 회상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그 주일을 생각하면 페스타와 화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열정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사랑이 어떻게 불을 지를 수 있는지를 새삼 기억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P.180




30년 후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이 시작된 곳이지만, 타인이 비극으로 끝난 그 모래언덕을 찾아간다. 그르고 거기서 살해당한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왜 그들이 갑자기 거기에 간건지 이유가 나온다. 모래언덕에서 아내 셀리스의 성욕으로 인해서 두 사람이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30년 후 남편 조지프의 성욕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난 것이었다.

[그들의 이력은 확정되있다. 앞으로 일어 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덧붙일 것도 없다. 그들이 죽은 날짜는 기록되었고, 그것은 결코 지울 수 없다. 아무것도 바뀌거나 수정될 수 없다.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죽지 않은 이들의 심정이나 그들이 지어내는 신화뿐이다. 그것이 세상이 존재하는 유일한 <최후의 심판일>이다. 뒷궁리가 주는 이익. 죽은 사람들 자신은 추억을 박탈당한다.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P.194




두 사람은 모래언덕에서 서서히 썩어간다. 다양한 생물들은 그들을 부패시킨다. 죽은 그들에겐 더이상 존엄이 없다. 그저 죽은 생물체이자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었다. 딸인 실비는 연락이 안되는 부모를 찾아 나선다. 처음에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점점 죽음을 예감한다. 결국 경찰이 바닷가에서 썩어가는 부부를 발견한다. 딸인 그녀는 부모의 비참한 죽음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실비는 엄청 슬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죽음으로 해방을 느낀다. 이또한 죽음의 아이러니 인걸까?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아흐레째 되는 날 해질 녁에는 그곳에 뿌려진 생명과 사랑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자연계가 홍수처럼 되돌아왔다. 우주의 화려함이 되돌아왔다. 모래 언덕에 잠시 머문 조지프와 셀리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흙 속에 남아 있다 해도, 그것은 풀의 활기 찬 속삭임을 북돋워 줄 뿐이다.] P.209




살해 과정과 사체가 부패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해서 막 추천하기에는 꺼려지는 작품이지만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다. 새로운 스타안의 책을 만나고픈 분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다. 어차피 인간도 생명체일 뿐이다. 죽으면 결국 생태계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살아있을때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죽음도 잘 준비하고. 죽으면 다 끝이니까. 죽음은 모든 생물에게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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