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그런데 뭔가 있다. 이어지는 흐름을 찾기 위해 앞으로 계속 돌아갔다. 쉽지 않지만 매력이 느껴진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번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이기적이군. 치가운 세상에서 살게 된 아내에 대해서는 연민도 없이 그녀가 필요하다고만 생각하다니. 정말 이기적이야. - P36

"그러니까..... 열다섯 살 이후로 당신은 생식 능력을 잃었습니다." - P41

입이 딱 벌어진 아구스티는 생각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왜나하면 살아남은 자들 앞에 펼쳐진 미래 또한 매우 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허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 P42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P49

그런데 왜 십이 년간 나에게 한 번도, 단 한 번도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거니? 네 편지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주었을 텐데. 손안에 그 편지를 갖고 있기만 했어도 내 인생이 그렇게 고통스립지는 않있을 거야.
- P52

"사랑하는 람베르투스, 날 용서해 다오." 말의 귀에 속삭인 후, 그는 단도를 꺼내 짐승의 경정맥을 잘랐다. 말은 교회 서기관보다 더 큰 신음 소리를 냈고, 짐승의 눈은 곧 유리처럼 굳어졌다. 말이 완전히 숨을 거두기 전, 바루크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살핀 후, 아주 정확한 손통작으로 람베르투스의 배를 갈랐다. 그는 썩어 분드러지기 시작하는 내장이 내뿜는 악취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위로 향하는 길을 헤집었다. 금화가 콸꽐 쏟아져 나왔다. 피범벅이 되어 더러위진 금화였지만, 람베르투스는 한 푼의 손실도 없이 금화 전체를 바루크에게 바쳤다. 단 한 닢도 빠짐없이. 람베르투스의 몸은 그가 마지막 금화를 주울 때까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안녕, 람베르투스. 무거운 안장을 끌고 가야 했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 P125

예고 없이 갑자기 범출 수 없는 기침이 시작되었다. 피할 수 없었다. 기침 소리에 공포는 다시 찾아왔고, 그는 마치 기도문을 외우듯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스치는 기억 속, 트레블링카에서 고통에 괴로워하는
자신이 있었다. 에디트, 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으로 죽었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트레블링카의 공기 중에 흩어져 있을까, 어쩌면 어떤 고요의 순간에 땅에 묻혔거나, 아니면 바람을 타고 저 먼 스텝 지역으로 날아갔을까, 내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기침 때문에 죽어 버리고 말았구나. - P156

세번째 총성이 터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이자크, 내 아들아, 너는 살아 나갈 것이다. 우리를 위헤 살 것이다. 네가 우리의 눈과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으로 가거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서 너를 위해 살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낳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너를 통해 살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자크의 손을 잡아 권총을 입안에 넘고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냥 놀이일 뿐이란다. - P165

그녀는 강가의 뾰족한 바위에 앉아 몇 시간이고 떠내려오는 죽은 자들을 살피며, 그녀의 어린 시절, 강이 잉어와 기쁨을 선물했던 그 시절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혹시 아들을 찾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한 것은 익사한 이들의 눈에서 어두운 죽음을 읽으며, 손을 들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P193

"그렇지. 누구나 시간이 지나봐야 우리의 선택이 실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 P261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니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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