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쓸쓸한 미소 또는 그녀의 눈길, 그것도 아니라면 팅빈 거리 때문이었던가, 혹은 밤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는 다만 저기 안개 속에서 갑자기 길 잃은 아이 같아 보이는 져 여자를 혼자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P16
두어 시간 전에도 그는 지금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그동안 한 인간이 죽은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순간순간 몇천명씩 죽어 나가지 않는가, 거기에 대한 통계도 있다. 그런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죽은 그인간에게는 그 순간이 전부이며,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는 온 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 P39
그는 주머니에서 여자 이름을 적은 쪽지를 꺼내 찢어 버렸다. 망각. 그 얼마나 멋진 말인가. 공포와 위안과 망령으로 가득 찬 말! 망각 없이 어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느 누가 충분히 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 마음을 찢어 놓은 기억의 찌꺼기들. 살아가야 할 구실이 더 이상 없어 졌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67
"우리는 사람을 도와 주었다고 늘 그렇게 생각해 놓고는, 그 사람이 막상 아주 어려운 치지에 놓이면 쳐다보지도 않으니 말이야." - P95
쟃빛인, 쓸쓸히고 형태도 없는 그 무엇, 슬픔보다 더 슬픈 그 무엇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득한 시절의 헤아릴 길 없는 추억, 그 옛날에 밀려왔다 어느 섬에서 그대로 잊혀지고 말았던 것, 사람의 흔적, 약간의 빛과 생각을 되찾아 다시 묻어 버리려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 P120
"이전에 우리를 붙들어 매고 있던 것이 지금은 파괴되고 말았소. 우리는 이제 줄 끊어진 유리알처럼 산산이 흩어져 있어요.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 P120
"인간이란 뜻은 크지만 실천은 미약한 법이야. 거기에 우리 불행도 있고, 우리 매력도 있는 거지." - P150
"잘 잊어버린다면, 그게 나중엔 손해로 돌아옵니다. 손님." "옳아, 하지만 잊지 않는다면 그건사람에게 생지옥이 되는 거지." "제 경우는 안그래요. 그냥 지나갔어요. 잊지 못한다고 어째서 인생이 지옥이 되는거죠?" - P175
"행복이라고," 라비크가 말했다."도대체 그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 거지?" 그의 발이 국화꽃을 건드렸다. 행복이라니 하고 그는 생각 했다. 청춘의 푸르른 지평선. 행복은 황금빛 찬란한 삶의 균형 아니던가! 맙소사, 행복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전 당신에게서 시작하고 당신에게서 끝나는 거예요." 조앙이 말했다. "아주 간단해요." - P234
"상관 있고말고! 사랑하는 사람이란, 같이 늙어 갈 사람을 말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 없이는 내가 살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건 알아요." - P235
그동안 너무 잘 살았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던 거아. 없어지면 괴롭기만 한 것을.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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