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에디션 읽기 시작


리는 좌절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있다. 욕망의 한계를 새장의 철창처럼, 목줄과 쇠사슬처럼 느껴왔다.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쇠사슬과 단단한 철창을 수많은 세월동안 경험하면서 동물적으로 학습된 한계였다. 리는 한 번도 순순히 체념한 적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철창 사이로 밖을 내다보며, 간수가 잠그는 일을 잊기를, 목줄이 해어지기를, 철창이 느슨해지기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기다렸다. 단념도 없이 승낙도 없이 고통받아 왔다. - P49

앨러턴은 친한 친구를 사귄 적도 없었다. 이제 그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리는 나에게서 뭘 바라는 걸까? 리가 퀴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퀴어라면 어느 정도 분명하게 여성스러운 면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앨러턴은 리가 자신을 관객으로 여긴다고 결론지었다. - P51

리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침울했다. 웃음이 흐르는 다정한 토요일 밤이 사라졌는데 리는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사랑이나 우정에서 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수 있는 관계, 무언속에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연계를 만를려고 늘 애써 왔다. 이제 앨러턴이 갑지기 문을 닫았고, 리는 몸으로 아픔을 느꼈다. 자기 몸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향해 망설이며 내밀었다가 그 내민 곳이 잘린 듯했다. 리는 절단되고 남은 곳에서 흐르는 피를 믿기지 않는 듯 충격에 싸여 바라보았다. - P79

‘이곳을 떠나아지. 다른 곳으로 가자. 남아메리카 파나마.‘ 리가 결심했다. 역으로 가서 베라크루스로 가는 다음 열차 시각을 확인했다. 밤차가 있었지만 표를 사지는 않았다. 앨러턴과 멀리 떨어져서 홀로 다른 나라에 다다른다는 생각에 차가운 외로움이 밀려왔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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