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트루먼 커포티의 작품.

풀잎 하프 이아기를 처음 들은 건 언제였을까? 오래전, 우리가 그 멀구슬나무에 살았던 가을, 초가을이었다. 그때는, 물론 그 이야기를 내게 해준 사람은 돌리였다. 그걸 그렇게 부른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달리 없었으니까. 풀잎 하프라고. - P9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이파리 하나, 씨앗 한 품, 이런 것들부터 시작해서 사랑이 뭔지 조금 배우는 거지. 먼저, 이파리 한 장, 떨어지는 비, 그런 다음엔 이파리가 네게 가르쳐준 것과 비 온 후에 익어간 것을 받아줄 사람이 오는 법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렴. 일생이 걸릴 수도 있어. 이러다 내 인생을 다 보냈지만 아직도 나는 다 익히지 못했구나. 오직 그게 얼마나 진실한지만 알지. 사랑은 사랑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슬이라는 것을. 자연이 생명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슬이듯." - P80

사람들은 자기 속마음을 좀더 비밀로 할 줄 알아야 해. 당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부분이 바로 좋은 부분이야. 자기 사적인 애기들을 밀하고 다니면 인간에게 뭐가 남겠어 - P83

일단 변하면 제자리로 도로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 세상은 우리를 알았다. 우리는 절대로 다시 따뜻해지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추운 나무를 향해 오는 겨울을 생각하며 자제심을 잃고 울음을 터뜨렸다. - P111

나도 인정할 거요. 이건 꿈이라고 생각하오. 베레나. 하지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과 같지. 많은 독소를 자기 안에 가뒤두고 있는 거요. - P159

우리 둘 다 어디로 항하는지 일지 못하는 듯했다. 말없이, 경탄하며 우리는 묘지 언덕의 풍경을 살폈다. 그런 후에는 팔짱을 끼고, 여름으로 타오르고 9월로 반들반들 윤이 나는 들판으로 내려왔다. 마른 소리를 튀기는 이파리 사이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빛깔이 흘렀다. 그때 나는 돌리가 내게 해준 말을 판사에게 해주고 싶었다. 저렇게 한데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풀잎하프라고, 이야기를 기억하는 목소리들의 하프라고.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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