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버판 다시 구매하고 재독했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상대가 자기가 만든 물건을, 그리고 자기가 상대가 만든 물건을 사적인 보물로 삼는 일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36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몸서리처지는 것을 애써 억누른 체 혹시 우리 중 하나가 우발적으로 자기 몸에 닿을까 봐 겁에 질려 있었다.
루스의 말이 옳았다. 마담은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미를 겁내는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를 겁내고 있었다. - P69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같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 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애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섬을 떠나야 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 P146
이윽고 그녀는 외설스러운 자세를 취한 모형을 책상위에 올려 둔 채 갑자기 몸을 돌리고는 우리가 성교하는 대상에게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병에 걸릴까 봐서가 아니라 성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감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 P150
근원자 이론의 이면에 있는 기본 개념은 단순한 것으로 별다른 논란거리가 아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 각자가 일반인에게서 복제된 개체인 만큼 바깥세상에는 우리의 근원자가 살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의 근원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밖, 즉 시내나 쇼핑센터, 휴게소 같은 곳에 나가면 줄곧 신경을 곤두세워 자기나 친구들의 근원임직한 사람들, 곧 ‘근원자‘를 찾아보곤 했다. - P243
절대로, 결단코 그 여자 같은 사람들이 우리의 근원자가 될 리가 없어요. 생각해 봐요. 그 여자가 도대체 왜 그런 걸 하려 들겠어요? 우리 모두 사실을 알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사실을 회피하고 있는거예요. 우린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복제된 게 아니에요. 우리가 복제된 것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 P290
‘그래, 이제 우리가 이걸 하고 있군. 이렇게 돼서 기뻐. 하지만 이렇게 늦게야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안타까워.‘ - P408
"왜냐하면 작품이란 그걸 만든 이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나? 너희의 작품이 너희의 영혼‘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 P432
장기 교체로 암을 치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그 치료를 포기하고 희망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니? 후퇴라는 건 있을 수 없었지. 사람들은 너희 존재를 거북하게 여겼지만, 그들의 더 큰 관심은 자기 자녀나 배우자, 부모 또는 친구를 암이나 심장병이나 운동신경질환에서 구하는 거였단다. 그래서 너희는 아주 오랫동안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되도록 너희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지. 그것이 우리의 작은 운동이 시작되기 전의 실상이었단다. - P448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 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 P482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흐느끼지도,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치로 돌아가 기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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