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작가는 산문도 좋다 ㅜㅜ
한번에 읽기에 너무 아깝다.


거기까지 가서 뭐하려고 어차피 혼지잖아. 아무도 내게 관심 없어. 바다를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혼자서 지루하게 돌아갈 일만 님았지. 이 경험을 누구와 나눌 수 있겠어? 결국 나만 아는 일로 남겠지. 심지어 나에게조차 별 의미가 없을걸, 비밀이 쌓일수록 외로워질 뿐이야. (3월) - P32

내 속의 너무 많은 내가 별일 아닌 것으로 남겨버린 일을 누군가는 신기하개도 기억한다. 아무리 살아봐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듯 살아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일들이 있다. 삶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서 동시에 존재하는 커다란 직소퍼즐이다. 지금 겪는 일의 의미를 나는 아직 모른다. 언젠가 이 일과 이어지는 퍼즐이 나타날 것이다. 의미는 채워지고 해석은 달라질 것이다.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어질 수 있다. 기억한다면. 기다린다면. 섣불리 버리거나 봉인하지 않는다면. - P36

내가 여기 있어.
혼잣말이었다.
그때 너를 봤어.
어떤 대답은 시간을 충분히 여행하고 돌아온다.
(3월) - P36

울며 웃는 사람. 생색내지 않는 배려. 드러내지 않아서 홀러나오는 따뜻한 심성. 애정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말투와 눈빛, 밤을 지새고 아침을 걸어오는 사람. 눈부신 햇빛 속에서 멀어지던 뒷모습. 당시 나는 몰랐다. 그 시절 그 아침을 이토록 오랫동안 기억할지. 그리고 몰랐다. 소중한 사람과 오래 연결되려면 나도 같이 애써야 한다는 걸. 누군가를 향한 이유 없는 걸 음과 무리 없는 만남이 절대 흔치 않음을 이젠 안다.
(3월) - P50

어떤 죽음은 그와 같습니다. 목격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요.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게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질문을 멈출 수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떻게 생각해도 말이 안 됩니다.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에요.
(4월) - P63

나는 당신의 눈빛에서 영혼을 본다. 당신이 옆에 없을 때도 당신을 느낀다. 당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으로 나를 보호할 수 있다. 우리가 이생에서 충분히 사랑하고 다음 생에서도 다시 만나길 바란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마음뿐.
(4월) - P63

아주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가는 중에도 고집스럽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왜 남아 있는지 나조차 알 수 없는 기억들, 나의 선택으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나를 선택하여 남아 있는 것만 같다.
(4월) - P77

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편인가?
그건나보다 당신이 더 잘알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니는 당신의 거짓말을 잘 일아채는 사람, 그러나 당신이 애써 감추는 것까지 알고 싶진 않다. 당신이 보여주는 것, 말하는 것만을 알고 싶다. 당신이 내게 건네고픈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 그 너머까지 상상하고 싶진않아. 당신 마음을 짐작하는 건 무척 외로운 일. 그래서 때로는 애틋한일.

(5월)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