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정말 좋았다. 류노스케 보다는 다자이가 더 내 취향~!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사라져서 덧없어졌죠. 어차피 모든 게 그렇지만."

소설이란 참 시시해요. 아무리 좋은 작품을 써도 이미 어딘가에서 백 년 전에 더 훌륭한 작품이 나와 있잖아요. 더 새로운, 더욱 미래의 작품이 백 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거죠. 기껏해야 흉내만 낼 뿐이고. - P58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모든 게 원인인 것 같아서. - P96

나는 최소한 인정으로 가득 찬 이 나흘간을 천천히, 천천히 그리워하겠다. 단, 나흘간의 추억이 오년, 십년의 생활보다 소중할 수 있다. 나홀간의 추억이 아아, 일평생보다 소중할 수도 있다. - P143

사람에게 너무 의지했어. 사람의 힘을 과신했지. 그것도, 그 밖의 수치스러운 수많은 실패들도, 다 알고 있어.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당신도 조금은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건 투정이야. 원망이지 - P183

정원 구석에 장미꽃이 네송이 피어 있다. 노란 장미 하나 흰 장미 둘, 분홍색 하나. 꽃을 바라보며 인간도 정말 좋은 점이 있구나, 생각했다.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도 인간이고, 꽃을 사랑하는 것도 인간이니 말이다. - P229

우리는 결코 찰나주의자는 아니지만, 너무 먼 산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가면 경치가 좋을 거라고들 말한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고,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렇게 심한 복통을 않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며 그냥 조금만 더 참아라, 저 산꼭대기까지 가면 다 해결된다, 하고 그저 그렇게만 가르친다. 분명히 누군가가 틀렸다. 나쁜 건 바로 당신이다. - P262

내일도 또 똑같은 하루가 오겠지. 행복은 평생, 오지 않는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 온다, 내일은 온다고 믿고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지. 일부러 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부자리에 누웠다. 아아, 기분이 좋다. 이불이 차서 등이 적당히 서늘해서 나도 모르게 넋을 잃었다.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멍하니 그런 말을 떠올렸다. 행복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갔고, 그 이튿날, 멋진 행복의 전령이 버리고 떠난 집으로 찾아왔지만 이미 늦었다.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행복은...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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