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
아리시마 다케오 지음, 류리수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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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23

어떤 리뷰에서 ‘아리시마 다케오‘가 20세기 최고의 일본 작가라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었다. 귀가 얇은 나는 ‘최고‘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구매를 했다, 그리고 읽었다.....<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에는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사랑을 선언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선언하다>가 가장 좋았다. 이런 꼬이고 꼬인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서간체 소설이어서 재미있엇다.


이야기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남자인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서로 친구 사이임), 그리고 여자인 Y코 이렇게 세 사람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구성은 A와 B가 서로 주고받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Y코의 편지는 맨 마지막에 한번 등장한다.)


A는 Y코라는 여자에게 반하고, Y코라는 여자를 알고 있었던 B는 친구인 A와 그녀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후 A와 Y코는약혼을 하게 되지만, A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급격하게 기울어져서 A는 급히 고향으로 가서 집안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향에서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빈궁했던 B는 A의 부탁이 있기도 해서 Y코의 집에 들어가서 하숙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꼬인다. B는 A에게 편지로 Y코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고, 두 사람 사이의 조언자 겸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A와 B가 주고받는 편지 속 분위기가 바뀐다. A는 의심하게 되고, B는 설명하려고 한다. 두 사람은 흔들리는 사랑과 우정의 그림자를 주고 받는다. 과연 Y코는 A를 포기하고 B를 마음에 두는 걸까? B는 우정 대신 사랑을 택할 것인가? 멀리 떨어져 있는 A는 그렇게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어버리는 걸까?

[자네의 패배 위에 축복 있으라.
Y코의 갱생 위에 동정 있으라.
나의 승리 위에 비탄의 눈물 있으라.] P.174



나는 <사랑을 선언하다>를 그냥 흥미진진한 연애소설로 읽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그냥 연애소설은 아니었다. 약혼이라는 사회적 규약을 버리고 도덕까지 넘어서서 내면의 진실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과 그 시대의 젊은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에 대항하여 주체적으로 자기 선택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동질감이라고나 할까? 나는 A가 좀 많이 불쌍했다...






2. <태어나려는 고뇌>

<태어나려는 고뇌>는 이 책의 해설자가 가장 좋다고 평가한 작품인데...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처음에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한다. 문학가인 ‘나‘는 우연히 화가를 꿈꾸던 ‘기모토‘라는 학생을 만나고, 그가 그린 그림에 큰 감명을 받는다. 하지만 ‘기모토‘는 먹고살기 위해 고향인 훗카이도로 돌아가서 어부 생활을 해야만 했고,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재회한다. ‘기모토‘는 어업에 종사하는 와중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나‘는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업이라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기모토‘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그가 돌아간 후 ‘기모토‘의 삶을 상상하면서 그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다.(액자식 구성의 시작)

[이렇게 2년, 3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어쩌다 자네 생각을 하게 되면 나는 인생 여로의 쓸쓸함을 맛보았다. 어찌 되었든 한번 얼굴을 마주하고 어느 정도까지 마음을 함께 했던 동지가 일단 헤어진 것이 마지막이 되어, 같은 이 지구 상에 호흡하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영겁이 되도록 다시는 해후하지 않는… 그것은 얼마나 이상하고 쓸쓸하고 무서운 일인가.] P.187



여기서부터 내가 이 작품을 별로라고 느낀 부분이 진행되는데, 아무리 액자식 구성 이라고는 하지만 ‘자네는..‘이라고 진행되는 2인칭 시점(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걸까?)의 이야기는 뭔가 이야기가 매끄럽지도 않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카인의 후예>

<카인의 후예>는 야만적이고 본능적인 날것(?)의 소작농민 ‘닌에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는 소작료도 제대로 내지 않고, 멋대로 경작하며, 기분 나쁘다고 동네 아이들을 때리고, 아내를 함부러 대하는 불한당이고,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 한다. 다른 농민들은 지주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만 ‘닌에몬은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자신의 본능에 따라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고 동네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 데다가 아이를 잃고 나자, 이를 극복하기 지주를 찾아가서 소작농민들의 염원인 소작료 경감을 요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지주의 위엄에 주눅이 들어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숙소에 불을 지르고 나서 부부는 농장을 떠난다. 자신을 둘러싼 계급의 굴레를 벗어던진다. 그런데 눈밭을 해치고 나아가는 그들에게 희망이라는게 있긴 한걸까?

[분비나무 숲이 건너편에 보였다. 모든 나무가 벌거숭이가 되어 있는데 이 나무만은 음울한 암록색 잎사귀 색을 꾸지 않았다. 곧게 뻗은 나무 기둥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서 하늘을 찌르고 성난 파도와 같은 바람 소리를 담아 내고 있었다. 두 남녀는 개미처럼 작게 그 숲에 다가갔다가 마침내 그 안에 삼켜져 버렸다.] P.351





추가 1) 일단 세 단편 중 두 단편이 좋았다. <사랑을 선언하다>는 재미있고, <카인의 후예>는 강렬했다. 그냥 읽었을때는 몰랐었는데, 해설을 읽고나서 각각의 단편에서 작가가 생각하던 문제의식과 사상적 고뇌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해설을 읽고 난 후에 읽으면 더 좋을것 같다.


추가 2) 생전에 ‘남녀의 사랑이 절정인 순간에 죽는다‘고 말하고 다녔던 작가는 1923년에 자신의 사상을 실현하기라도 하듯 유부녀(?)와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좀 섬뜩힌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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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3-31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입을 방해한 ˝자네˝는 번역의 문제였을까요?

귀가 얇으시다는 새파랑님, 여전히 열독에 상세 리뷰까지 올려주시는 정성을 나눠주셔서 덕분에 호강하고 갑니다.

**소소한 질문 A, B는 A, B 인데 왜 Y는 Y˝코˝라고 하나요, 혹시나 (제가 일본어 전혀 모르는데) 일본어랑 관련되는 접사인가요?^^;; 죄송해요 별걸 다 궁금해합니다. 제가

새파랑 2024-03-31 22:15   좋아요 1 | URL
번역의 문제 보다는 시점의 문제인거 같습니다. 2인칭으로 진행되다보니 현실성이 결여된거 같은 느낌? ㅎㅎ

저도 책을 읽으면서 왜 A, B 인데, Y코만 이렇게 명시한건지 궁금했습니다.. 뭐 따로 설명은 안나와있더라구요~!!

페넬로페 2024-03-31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가 얇은 새파랑님 ㅎ ㅎ
아리시마 다케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최고의 일본 작가라는 말에 저도 솔깃하네요^^

새파랑 2024-04-01 22:35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는 최고는 아닌걸로......

저라면 하루키 소세키 슈사쿠 이렇게 세분 선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