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좋네. 두번 읽고 싶은 책.
그것은 시작도 끝도 없고, 정체와 고통도 없는, 영원한 삶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봄날 하늘처럼 맑았고, 오랑캐 꽃 향기처럼 신선했으며, 일요일 아침처럼 고요하고 성 스러웠다. - P9
하지만 인생의 봄날을 돌아보고, 그때를 생각하며 추억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다. 인생의 무더운 여름날에도, 우울한 가을날에도, 또 추운 겨울날에도 이따금 봄날이 찾아오고,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내게도 봄날이 찾아 왔군!" 하고 감탄한다 - P10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랑에는 크다거나 작다거나 하는 척도나 비교가 있을 수 없음을 알고, 오로지 온 마음, 온 영혼,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P22
우리는 거의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사에 응답이 없는 경우 얼마나 아픈 상처를 입는가를,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이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에는 듯이 슬픈 일인가를 알기 때문이다. 영혼의 날개는 깃을 뽑히고 꽃잎들은 거의 찢기고 시들어버린다. 고갈될 수 없는 사랑의 샘에는 단지 몇 방울 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단 몇 방울의 물에 매달려 우리는 혀를 축이고 갈증으로 타 죽는 것을 겨우 면하는 것이다. 이 몇 방울의 물을 가지고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 P23
아, 단 한 번 사랑하고 나서 영원히 고독해져야 한단 말인가! 단 한 번 믿고나서 영원히 절망해야 한다니! 한 번 빛을 보고나서 영원히 장님이 되고말다니! 이것은 엄연한 고문이다. 인간이 행하는 여타 모든 고문도 이 고문에 비하면 실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 P83
그녀를 뒤쫓아가, 저승에서라도 그녀를 다시 만나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나를 용서한다는 말을 듣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아, 인간은 왜 이다지도 삶을 유회 하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일 수도 있으며, 잃어버린 시간은 곧 영원의 상실임을 생각하지 않고, 왜 이렇듯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것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하루하루 미룬단 말인가. - P92
"참 기이한 만남이지."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내게 울려왔다. 그 한마디 한마디는 무더운 여름 땡볕 뒤의 시원한 빗방울 같았다. "기이한 만남이 있는가 하면 기이한 헤어짐도 있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고, 그 순간 우리가 다시 만나 함께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져 왔다. "그렇지만 서로 헤어지는 것은 인간 자신의 탓이야." - P97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봐. 꽃에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왜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사랑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이 대답이 부족하다면, 네 옆에 놓인 이 책의 말로 대답 을 대신할게." - P138
"대체 낯선 타인이라는 게 뭐예요? 그럼,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그들을 좋아할 수는 있단다. 그렇지만 그걸 겉으로 드 러내면 안 되는 거야." "그럼,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인가요? 왜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보이면 안 되는 거예요?" - P20
내가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낯선 타인이란 무엇 일까? - P21
아무튼 나의 모든 사고는 부지중에 그녀와의 대화 형식으로 바뀌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선한 것, 내가 지향 하는 모든 것, 내가 믿는 모든 것, 나의 좀 더 나은 모든 자아는 그녀에게 속해 있었다. - P42
"내가 이렇게 오래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견신례를 받고 너에게 이 반지를 주던 날, 나는 곧 세상을 떠나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토록 여러 해를 살아 오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일을 즐기고 있으니………. 물론 괴로움도 많았지만, 그런 것은 빨리 잊는 게 현명할 테지. 이제 진정으로 작별의 시간이 임박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1시간, 1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안녕, 내일 늦지 않도록 해." - P53
선생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품고 있지만 그 것을 표현할 어휘는 조금밖에 갖고 있지 못해요.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에 수많은 생각을 담아내지 않을 수 없지요. - P99
"그렇지만 사랑에 관한한, 타인이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 왜냐하면 사랑에 있어서는 그것이 가짜라는 징표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스스로 사랑을 아는 사람 말고는 누구도 타인의 사랑을 알 수 없다고. 또 그가 자신의 사랑을 믿는 한도 내에서만 타인의 사랑도 믿게 되는 것이라고. "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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