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성경이 이런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육신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단다. 하지만 인간을 흙으로 빚은 하느님이 흩어진 우리의 육신을 모두 모아서 다시 원래대로 만드실 거다. 죽으면 다른 물질들과 섞여서 땅과 강,풀의 일부가 되 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단다. 아르세니야, 바닥에 쏟아진 수은이 여러 개의 작은 방울로 흩어지지만 땅에 스 며들지 않듯이 우리 육신도 이와 같단다. 수은은 솜씨 좋은 장인이 나타나서 다시 용기 안에 넣어줄 때까지 그대로 있단다. 이렇듯 전지전능하신 그분 역시 우리의 흩어진 육신을 모아서 부활시켜주시는 거란다." - P47
"영혼이 뭔가요?" 아르세니가 물었다. "그것은 하느님이 인간의 몸에 불어넣는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가 바위나 식물과는 구별되지. 아르세니야, 영혼은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단다. 영혼은 양초의 불꽃과 같은데 다만 이승에 속하지 않아서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단다." - P46
"우리 모두는 아담이 간 길을 가고 순결을 잃으면 비로소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아르세니야, 울면서 기도하렴. 그리고 죽음은 아픈 이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음으로써 해방되는 기쁨도 누리게 될 테니 말이다." - P49
"솔로몬이 말하길 ‘이상한 일이 세 가지, 정말 모를 일이 네 가지 있으니, 곧 독수리가 하늘을 지나간 자리, 뱀이 바위 위를 기어간 자리, 배가 바다 가운데를 지나간 자리, 사내가 젊은 여인을 거쳐간 자리다."솔로몬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흐리스토포르 역시 이것을 알 수 없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아르세니 역시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 P82
이제 사랑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르세니의 새로운 삶이 시작 되었다. 한편으로는 우스티나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갑자기 그의 삶에 등장한 것처럼 예고도 없이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 P93
"날 믿어요, 내 사랑, 내가 죽고 싶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라오. 오히려 그 반대요. 내 생명은 나와 당신의 희망이라오. 이제 와서 내가 죽음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하오?" - P151
"천사들은 힘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네. 만약 자네가 자네 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네 또한 지치지 않을 걸세. 아르세니,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자는 물에 빠질 것을 두려 워하지 않는 자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 P156
"하지만 사랑이란 것은 (이 말을 하면서 스트로예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이해하기론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하면서 다른 모든 감정을 밀어내는 그런 감정인 걸로 아네만, 몸도 아프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그런 감정은 느끼지 않는단 말이지. 그녀가 보고 싶긴해. 옆에 있고 싶기도 하고 말이지.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해. 하지만 미칠 것 같은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 P295
아르세니가 우스티나에게 말했다. "마치 내가 먼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려. 사람들도 그때 치료하던 사람들과 비슷하고 증상도 비슷해서 한때 내가 치료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도 든다오.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거나 내가 어떤 원점으 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오." - P442
"저는 이제 제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아르세니였고, 우스틴이었고, 암브로시우스였으며, 이제는 라우루스가 되었습니다. 서로 닮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이 름과 서로 다른 몸을 가진 네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루키나 마을의 금발 소년이 저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요?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제가 오래 살면 살수록 제가 가진 기억이라는 것은 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기억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저였던 사람들과 저를 더 이상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 습니다. 삶은 모자이크와 유사해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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