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강추하고 싶진 않지만 하루키의 그동안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만족할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하루키 자신 일듯~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 P53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망설이지말고 이대로 계속하세요. 당신은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 으니까." - P75

그러므로 너와의 심적인 유대가 보다 강한 것, 좀더 영겁적인 것이 되기를 원할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조용히 비가 쏟아지는 바다의 광경이다. 나와 너는 해변에 앉아 그런 바다 와 비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한 우산 아래 바짝 붙어앉아 있다. 네 머리가 내 어깨에 살짝 기대어 있다. - P79

"가끔 내가 무언가의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너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 "여기 있는 나한테 는 실체 같은 게 없고, 내 실체는 다른 어딘가에 있어.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언뜻 나처럼 보여도 실은 바닥이나 벽에 비친 그림자일 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어." - P111

그 도시에 가면 나는 진짜 너를 가질 수 있다. 그곳에서 너는 아마 전부를 내게 줄 것이다. 나는 그 도시에서 너를 갖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리라. 그곳에선 너의 마음과 너의 몸이 하나가 되고, 유채기름 램프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나는 그런 너를 품에 꼭 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 였다. - P134

나와 너의 관계에서 물리적인 거리는 정신적인 거리에 비하면 그리 큰 의미가 아니라는 것 을, 만약 네가 나를 정말로 원한다면, 나를 정말로 필요로 한다면, 이 정도 거리는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래서 나는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도쿄에 가는 쪽을 선택한다. - P169

"오래된 꿈이란, 이 도시가 성립하기 위해 벽 바깥으로 추방 당한 본체가 남겨놓은 마음의 잔향 같은 것 아닐까요. 본체를 추방하더라도 송두리째 모조리 들어낼 순 없고, 아무래도 뒤 에 남는게 있어요. 그 잔재들을 모아 오래된 꿈이라는 특별한 용기에 단단히 가둔 겁니다." - P177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불합리할 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얼마나 격렬하게 당신의 마음을 쥐어 짜고 깊숙이 찢어놓는지, 당신의 몸안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 P182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얘깁니다. 티없이 순수한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 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 P448

"그때를 경계로 저는 그전과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세상 그 무엇에도 열정을 가지지 못하게 된 겁니다. 제 마음의 일부가 타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마음에 입은 치명상으로 저라는 인간이 이미 반쯤 죽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후 인생에서 제가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오직 하나, 이 도서관뿐이었습니다. 이 작고 개인적인 도서관이 있었기에 지난해의 그날까지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네, 저는 당신의 심정을 이 해합니다. 당신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 다. 주제넘은 말인지도 모르지만, 마치 제일처럼 말입니다." - P451

게다가 애당초 나는 지금껏 대체 무엇을 기다려왔다는 건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정확히 알고나 있었을까?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명확해지기를 그저 참을성 있게 기다렸 다, 그게 전부인건 아닐까? 나무상자 하나에 들어간 더 작은 나무상자, 그 나무상자에 들어간 더 작은 상자. 끝없이 정묘하 게 이어지는 세공품, 상자는 점점 작아진다-그리고 또한 그 안에 담겨 있을 것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껏 사십몇 년을 살아온 인생의 실상이 아닐까? - P681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 P684

나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해질녘 거리를 걸어갔다. 이윽고 시계탑 앞을 지났다. 지나면서 습관적으로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시계에는 여느 때처럼 바늘이 없었다. 그건 시간 을 알려주기 위한 시계가 아니다. 시간에 의미가 없음을 알려 주기 위한 시계다. 시간은 멈춰 있진 않지만 의미를 상실했다. - P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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