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병원에 가기 전, 내가 특히 좋아하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보러 갔다. 고독한 인물들로 가득한 그 우울한 그림들 앞에서 몽상에 잠겨 한 시간을 보 냈다. 특히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그림 앞에서 시간을 끌었다. 그림 속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란히, 그러나 서로에게 완전히 낯선 사람들인 채로 정육 면체 모양의 집 앞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다. 거기서 앨런과 내가 했던 공동생활에 대한 암시가, 잔인한 설명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 P126
"당신 지루해요?" 줄리우스가 물었다. "아뇨. 왜요? 이 나라는 무척 아름답고, 난 아무것도 하지않고 지내는게 참 좋아요." "당신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줄곧 두려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나에겐 끔찍한 일일거예요." 줄리우스가 말했다. "그게 왜요?" 내가 즐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더 이상 지루하지 않으니까요." - P138
그는 나에게 하룻밤의 남자였다. 나는 햇빛 아래에서보다는 어둠 속에서 그의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았고, 나에게 그는 불타는 육체, 누워 있는 옆모습, 새벽의 실루엣이었다. 나에게 그는 열기, 세 개의 시선, 한 개의 무게, 네 개의 문장이었다. - P178
우리는 지독히도 평행이고 지독히도 낯선 서로의 인생 속을 지나갔다. 우리는 오직 옆모습으로만 서로를 보았고, 결코 서로 사랑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소유하기만을 꿈꾸었고, 나는 그에게서 달아나기만을 꿈꾸었다. 그게 전부였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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