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기는 텅 비었고 나무들은 잎사귀 속에 더위를 감춘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또 인기척 없는 길 위로는 먼지가 소복이 내 려앉아 한껏 지루함을 자아냈다. 자연은 그렇게 너무나도 고요했다. 보셰프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 P7
보셰프는 맥줏집으로 걸어가다가 사람들의 솔직하고 진실한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자기 불 행을 잊는 데만 열중할 뿐이었고 그들에게서 자제력 같은 것은 찾아 보기 힘들었으며, 보셰프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 P8
"개도 답답할 테지. 나처럼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고 있으니까" - P10
온세상은 아무런 의문 없이 오로지 존재하는 것 자체에만 몰두해 있었고, 보셰프만이 거기서 떨어져나와 침묵하고 있었다. - P12
"집을 올리는 사람 자신은 스스로 무너져가고 있어. 그럼 누가 그 집에 살지?" - P19
프루솁스키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가 반 드시 살아 있어야 될 만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 지 않았다. 그에게는 희망 대신 인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수많은 밤이 연달아 흐르고, 숲이 지고 피어났다가 다시 지고 난 뒤, 만나고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너머 그 언젠가 그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 러면 그는 침대에누워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미처 울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질 것이다. 그의 누이만이 세상에 남겨지겠지만 그녀는 아 이를 낳을 것이고, 결국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죽어 허물어진 오빠에 대한 슬픔보다 더 커질 것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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