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하고는 약간 안맞지만 이석원이어서 좋았다~!!

문자는 억양을 전달할 수 없어서 위험하고 전화는 표정을 보여 줄 수 없어서 위험하고 만나서 하는 건 그 모든 걸 숨길 수 없어서 위험하다면 어떤 오해나 불필요한 마찰 없이 타인에게 나의 민감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평생을 지고 또 지고 지겹게 져서 이제는 오직 자기 자신과의 승부밖엔 남지 않은 어느 보통 사람의 이야기.
우리의 불행은 늘 이상하리만치 상대적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라면 그건 너무 비극 아닐까.
가끔 어떤 날은 알고는 못 떠났을 먼 길처럼 긴 하루가 있다.
언제나 강렬한 끌림이 있었고 그만큼의 강렬한 고통과 사연과 갈등이 있었다. 싸우고 헤어지고 때로는 서로 를 할퀴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지지고 볶고 울고 편지 쓰고 엎드려 빌고 앓아눕고 원망하고……. 그러다 보 면 지치고 지쳐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 버리 는 느낌이 들 때쯤에야 비로소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 어 저 멀리 작고 희미하게나마 탈출구가 보이곤 했던 것이다. 마치 무너진 터널에 한 몇 달 갇혀 있던 사람 처럼 말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미화된 과거의 그 힘들었던 기억들 뿐………… - P141
사랑이란 둘이 비슷하게 시작할 수는 있어도 동시에 끝낼 수는 없는 법. 그게 이 행위의 문제라면 가장 큰 문제다.
나는 내 머리가 나쁘다는 사실이 가끔은 식은땀이 날 만큼 무섭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본인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점인데 세상은 이런 식의 자각을 ‘자기 객관화‘라고 부르더라.
언제나 똑같다. 내가 누굴 자꾸 생각하게 되면 피해 갈 수 없는 두려움은, 지금 느끼는 이 모든 순간의 소멸이 다. 이, 오로지 타인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온도와 안 정감은 아주 일시적일 뿐일 거라는 것. 그래서 그 사실 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처럼 자꾸 되뇌게 된다는 것. - P214
그것이 바로 사랑과 두려움이 동의어인 한 사람의 고 민이자 곧 우리 관계의 시작이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는 건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건 언젠간 종료에 이를 타이머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 문에,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상관없어져 버리고 말았 다고 할까. - P216
예민한 사람의 머릿속은 좀처럼 마음의 평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쓸 거리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갑자기 찾아온 만큼 또 불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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