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자전적인 작품이 확실하다 ㅋ


그거야 그 별난 노인네가 가는 데니 어쩔 수 없잖아. 당신 아버지도 예전엔 활동사진은 좋아하셨는데, 점점 나이를 먹어 가니 취미가 요상해지는군. 얼마 전에 어디서 들은 얘긴데, 젊을 때 여자랑 많이 는 인간일수록 노인이 되면 골동품을 좋아하게 된대. 그림이나 다기(茶器) 같은 걸 만지작대는 건 결국 성욕의 변형이라는 거야?" - P12

이런식으로 슬쩍 눈에 들어온 육체는 서른 가까운 나이에 비해 젊고 탄력 있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내였다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으리라. 지금이라도 그는 이 육체를, 예전에 매일 밤 그랬던 것처럼 안아 줄 친절 정도는 갖추고 있었다. 다만 슬픈 점은, 거의 신혼 시절부터 그가 이 육체에는 아무런 성적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젊음과 탄력도, 실은 그녀가 몇 년 동안 과부 같은 세월을 보낸 필연적인 결과임을 생각하면 슬픔보다는 묘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 P15

나이를 먹는다는 게 꼭 슬픈 일만은 아니고, 노인에게는 늙어 가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는 감정. 또 한편으로는 그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늙어 간다는 징조며, 자신들 부부가 헤어지려는 건 그도 미사코도 한 번 더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 청춘을 즐겨 보기 위해서이니, 지금 자신은 아내를 향한 의지로라도 나이를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감정이. - P65

"그렇지만 좋은 상황 같은 게 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누구든 한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그런 때는 영원히 안 온다고." - P65

누구에게나 이별은 분명 슬픈 일이다. 그건 상대가 누구든, 이별이라는 것 자체에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헤어지기에 좋은 상황을 수수방관하며 기다린다 한들 그런때 따윈 오지 않는다는 다카나쓰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 P67

그렇지만 슬픔이란 결국 다 그런 거 아닌가, 어차피 주관적인 것이니까. ………우리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되는 거야. 서로 미워하면 편하겠지만, 서로 상대방이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서 이 모양인 거지. - P72

그렇지만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질릴 때가 온다네. 영원히 계속해서 똑같은 애정을 품는다는 건 무리니까, 약속할 수 없다는 것도 일리는 있어. - P115

가나메는 아내의 고백을 듣고 나서도, 절대로 아소에게 가라고 그녀를 부추기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는 아내의 연애를 ‘불륜의 사랑‘이라고 지적할 권리가 없으며, 연애가 어디까지 진전되든 자신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태도가 간접적으로 미사코를 부추긴 건 분명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남편의 빠른 이해력이나 깊은 배려심, 관대함이 아니었다. "나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헤맸어요. 당신이 그만두라고 말해 주면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때 고압적이더라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라고 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까. - P120

"헤어지고 싶은가?" 하고 한쪽이 물어보면, "당신은 어때?" 하고 다른 쪽이 되묻는다. 결국 둘 다 헤어지는 게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서, 그저 자신들의 나약한 성격을 저주하며 당황한 상태였다. - P122

하나. 미사코는 당분간 대외적으로 가나메의 아내로 지낼 것.

하나. 마찬가지로 아소는 당분간 대외적으로 그녀의 친구로 지낼 것.

하나. 세상 사람들의 의심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녀가 아소를 사랑함에 있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유로울 것.

하나. 이렇게 일이 년 경과를 보다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잘해 나갈 것 같은 전망이 보이면, 가나메의 주도로 그녀 친정의 양해를 얻어 대외적으로도 그녀를 아소에게 양도할 것.

하나. 그런 까닭에서 이 일이 년간을 그녀와 아소의 ‘사랑의 시험‘ 시기로 삼는다. 만약 이 시험에 실패하여 양자 사이에 성격 차이가 발견되고, 결혼해도 도저히 원만할 것 같지 않음이 인정된다면, 그녀는 역시 원래대로 가나메의 집에 머무를 것.

하나. 다행히 시험에 성공하여 두 사람이 결혼한 경우, 가
나메는 두 사람의 친구로서 오랫동안 교제를 계속할 것.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