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란게 이런걸까? 단편들이 특이하면서도 아름답다.

귀공자의 시선으로 보면 일 년 내내 거기서 거기인 유곽 여자에 빠져 천편일률적인 방탕을 구가하는 악우들의 하루하루가 오히려 딱하기까지 했습니다. 만일 여자에 빠지기로 하자면 평균치는 넘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만일 방탕을 구가하자면 늘 새로운 방탕이었으면 좋겠다, 귀공자의 마음속에는 그러한 욕망이 불타고 있었지만 그것을 만족시키기에 알맞은 대상이 눈에 띄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 P9

기분이 우울할수록, 마음이 쓸쓸할수록 향락에 동경을 품고 가슴 뛰는 흥분을 찾고자 하는 마음속 답답함은 점점 더 쌓여 갔습니다. - P16

"이 수레의 가마 안에는 남양의 물속에 사는 진기한 생물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소문을 듣고 저 멀리 열대 바닷가에서 인어를 산 채로 잡아 온 사람입니다." - P20

"나는 지금까지 은근히 나 자신의 폭넓은 학식과 견문을 자랑해 왔네. 예로부터 지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제아무리 귀한 생물이라도, 제아무리 진기한 보물이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없었어. 하지만 나는 여태껏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물속에 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한 적이 없구나. 내가 아편에 취해 있을 때 늘 눈앞에 빚어지는 환각의 세계에조차 이 유완 한 인어보다 더 월등한 괴물은 존재하지 않았어. 아마 나는 인어 가격이 지금 지불한 대가의 두 배였어도 분명 그대에게서 이 상품을 사들였을 것이야." - P26

"자네는 인어가 아깝지 않은가. 그런 가격으로 나에게 넘긴 것을 이제 새삼 후회하지는 않는가. 자네 나라 사람들은 어찌하여 인어보다 보석을 더 진중하는 것인가. 자네는 어찌하여 이 인어를 자네 나라로 가져가려 하지 않는가?" - P31

그 곁에 다가가는 자는 주인인 귀공자뿐인 것입니다. 유리판 한 장을 두고 서로 떨어져 물속에서 헐떡이는 인어와 물 밖에서 고뇌하는 인간은 온종일 묵묵히 마주한 채, 한 사람은 물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운명을 한탄하고 한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부자유를 원망하며 헛헛하고 하릴없는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 P36

그날 밤 그는 나를 붙잡고 예술과 체육의 관계를 도도하게 논하여 들려주었습니다. 적어도 유럽 예술의 근원인 희랍적 정신의 진수를 터득한 자는 체육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학과 예술은 모두 인간의 육체미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육체를 경시하는 국민은 결국 위대한 예술을 낳을 수 없다. - P86

"아니, 그럴 걱정은 없어. 부자가 타락하는 것은 그 재산을 더 불려 보겠다고 사업에 뛰어들 때뿐이지. 돈이 많은 자는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면 항상 행복해." - P86

그렇지만 내가 신체 기관인 눈을 가진 이상 육안의 영역이 심안의 영역도 담당해야 한다면, 이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육안의 상실에 큰 가치를 둘 것 이다. - P94

"내 얘기를 좀 들어 봐. - 나는 눈으로 한 번에 전체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면, 즉 공간적으로 존재하는 색채 혹은 형태의 아름다움이 아니면 그림으로 그리거나 문장으로 써낼 가치가 없다고 믿고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간의 육체야. 사상이란 아무리 훌륭해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게 아니지. 그래서 사상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할 리 없는 거야." - P97

‘인간의 육체에서 남성미는 여성미보다 열등하다. 이른바 남성미라는 것의 대부분은 여성미를 모방한 것이다. 그리스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중성의 미라는 것도 실은 여성미를 가진 남성일 뿐이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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