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작품을 쓸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 일흔일곱이 된 오늘날, 이미 그런 능력을 상실한 상태가 되고 나서 남장을 한 미인이 아니라 여장을 한 미소년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청년 시절의 와카야마 지도리에 대한 기억이 오늘에 이르러 되살아난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아무래도 불능이 된 노인의 성생활(불능이 되어도 어떤 종류든 성생활은 있는 법이다.)과 관계가 있는것 같다. - P11

하지만 살아 있는 한 이성에게 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은 죽는 순간까지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90세가 되어서도 보란 듯이 자식을 낳은 구하라 후사노스케와 같은 정력은 없고 이미 완전한 무능력자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변형된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현재의 나는 그와 같은 성욕의 즐거움과 식욕의 즐거움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나의 심경을 사쓰코만은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채고 있는 듯하다. 이 집안 식구들 중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사쓰코뿐이다. 다른 사람은 한 사람도 모른다. 사쓰코는 조금씩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험하며 그 반응을 보는 것 같다. - P25

뜻밖에도 나는 사쓰코의 맨발을 만져 볼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소파 위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나일론 양말을 벗어서 보여 주었다. 나는 그 발을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섯 개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만져 보았다. - P27

"내가 사랑의 모험을 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분풀이로, 하다못해 다른 사람에게 모험을 시켜서 그것을 보고 즐기자는 거야. 사람이 이렇게 되면 이제 불쌍해지는 거지!"

"자기한테 희망이 없으니까 될 대로 되라는 거네." - P71

내 아내조차 사쓰코와 조키치의 결혼을 그렇게 심하게 반대했으니, 그 무렵까지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반대를 했을까? 아마 두 사람의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아니 처음부터 댄서 출신과의 결혼은 생각지도 못했으리라. 그런 혼사가 성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아들인 내가 손자며느리의 매력에 빠져 그녀에게 페팅을 허락받는 대가로 300만 엔을 투자하여 묘안석을 사 주는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머니는 아마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다. 만일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나도, 조키치도 의절당했을 터다. 아니 그보다도 어머니가 사쓰코의 용모와 자태를 보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 P95

어머니는 1883년에 낳은 당신의 아들 도쿠스케가 아직도 이 세상에 생존하여 이 사쓰코 같은 여자, 더욱이 어머니의 손자며느리, 손자의 정처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며 한심하게도 그녀에게 괴롭힘당하는 것을 즐기고 내 아내, 내 자식들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1928년에서 햇수로 33 년 후에 아들이 이런 미치광이가 되고, 이런 손자며느리가 자신의 집안에 들어오게 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하셨을까? 아니, 나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P97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부상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다.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초래하더라도 오히려 바라는 바다. 하지만 그녀에게 짓밟혀 죽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개에게 짓밟혀 죽는다면 그것은 견딜 수가 없다. - P110

가급적이면 사쓰코의 용모와 자태를 이와 같은 보살상으로 새겨서 몰래 관음이나세지로 보이게 하여 그것을 내 묘비로 할 수는 없을까? 어차피 나는 신불을 믿지 않는다. 내게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있다면 사쓰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쓰코의 입상 아래 묻히는 것이 내 소원이다. - P165

"자네 발바닥을 뜨게 해 줘. 그렇게 해서 이 백당지 색지 위에 주목으로 발바닥 탁본을 뜰 거야."
"그걸 뭐에 쓰게?"
"그 탁본을 바탕으로 사쓰짱 발을 본뜬 불족석을 만들거야. 내가 죽으면 뼈를 그 돌 아래 묻을 거야. 그게 진정 대왕생이지." - P176

"약속대로 수영장 공사가 시작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아버님 머리에는 여러 가지 공상이 떠오를 거야. 애들도 기대하고 있고 말이야."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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